세계적인 컴퓨터 제조업체인 미국 IBM의 국내 현지법인인 한국IBM 간부들이 정보통신부 국세청 대검 등 9개 관공서를 상대로 대대적인 금품로비를 벌여 6백60억원대의 컴퓨터 납품을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회사의 국내 합작사 협력업체 등 15개 컴퓨터 관련 기업들이 입찰담합에 가담했으며 관공서 직원들은 거액의 금품을 받고 묵인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 공소시효 지난 것까지 포함하면 1천억원대 뇌물납품 =서울지검 특수1부(김태희 부장검사)는 4일 관공서 뇌물납품을 주도한 한국IBM 상무 장모씨(48) 등 12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이 회사의 국내 합작사 상무보 권모씨(46) 등 36명을 불구속기소했다. 한국IBM은 국내 서버시장에서 39%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업계 1위 회사다. 검찰에 따르면 2001∼2003년 한국IBM과 국내 합작사 간부들은 정통부 대검찰청 등 9개 기관 전산담당자들에게 거액의 현금과 주식 등 뇌물을 수차례 건네 기술평가때 한국IBM이 추천한 국내 협력사와 합작사들이 높은 점수를 받도록 했다. 이같은 거래를 통해 지난 2001년부터 이들이 따낸 관공서 계약 금액은 모두 6백60여억원이다. 검찰 관계자는 "특가법상 공소시효가 만료된 2001년 전 거래까지 포함할 경우 비리납품 규모는 1천억원대를 족히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공무원들 거액 뇌물 챙겨 =구속된 장씨는 지난 3년간 협력사인 윈솔로부터 3억4천만원의 금품을 받고 국세청 등 5개 기관에서 실시한 4백30억원 규모의 입찰에서 윈솔이 낙찰되도록 담합을 주도했다. 실제 장씨는 2001년8월과 10월 정보통신부의 34억원 정도의 서버입찰에서 윈솔이 낙찰받도록 하기위해 사이어스, SK C&C 등에 낙찰포기 대가로 4억9천만원을 건넸다. 장씨는 또 담합사실을 묵인해 주는 대가로 현금 3천만원과 당시 코스닥 등록 준비중인 윈솔 주식 2천만원어치(액면가 5백원 기준)를 전산관리소 사무관 등 4명에게 제공했다. 이같은 방법으로 9개 관공서 공무원 14명이 지난 3년간 챙긴 뇌물액수는 현금 2억7천여만원에 주식 2천5백만원어치에 달한다. ◆ 상습적인 담합행위 =검찰은 담합행위에 가담한 15개사를 약식기소하는 한편 이 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했다. 이들 업체는 향후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1개월∼2년간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통합(SI) 컨설팅사인 S사 관계자는 "관공서 납품은 입찰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계약을 따내더라도 출혈이 심해 적자를 볼 위험성이 높다"며 "이런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담합의 유혹에 빠져들기 쉽고 비리가 만연하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