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용산 전자상가를 둘러 본 직장인 A씨는 깜짝 놀라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PC 판매가 부진하다는 소문만 들어 왔던 그는 PC 판매 코너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개념의 제품이 즐비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액정화면이 17인치에 달하는 노트북PC가 진열돼 있는가 하면 서랍모양 PC 등 생소한 제품이 눈에 띄었다. 리모콘으로 조작하는 데스크톱PC와 노트북PC를 직접 작동해 보느라 시간 가는줄 몰랐다. A씨는 멀리서 휴대폰으로 집에 있는 PC를 부팅하고 데이터를 다운받을 수 있는 제품도 있다는 상점직원의 설명에 정보기술(IT) 경기는 나빠도 기술의 진화는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이렇게 다양한 신제품이 나오다 보니 한동안 PC를 교체하는데 관심을 두지 않았던 A씨로선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전자상가에 나와 있는 제품의 특성을 일일이 살펴보기에도 벅찰 정도였다. 원격조종PC, 서랍형 모듈러PC, 슬림PC, 12인치 올인원 노트북, 17인치 대형 화면 퓨전PC 등…. 최근 한달사이에 PC업체들이 내놓은 신제품은 수십가지에 이른다. PC시장의 성수기인 연말연시가 다가오자 삼성전자 한국HP LGIBM 삼보컴퓨터 현주컴퓨터 등이 앞다퉈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도시바코리아 한국후지쯔 소니코리아 등 일본계 노트북PC업체도 신제품 경쟁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같은 업계의 움직임은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PC시장이 연말연시 성수기를 계기로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PC의 교체수요 등 새로운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때 시장에서 커진 파이를 먼저 선점하기 위해 신제품 공세를 펴고 있는 셈이다. 데스크톱PC에선 삼성전자 한국HP가 미디어센터PC를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XP 미디어센터PC 에디션 2004를 채택한 이 제품은 TV나 라디오 영화 DVD 음악 게임 등을 리모콘 버튼 하나로 즐길 수 있는 멀티미디어PC다. 삼보컴퓨터 현주컴퓨터도 조만간 미디어센터PC를 내놓을 예정이다. 데스크톱 대체용 노트북PC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센스M30과 한국HP의 HP파빌리온zt3000이 리모콘으로 조작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노트북으로 데스크톱 대체용으로 나온 제품이다. 지문인식으로 보안기능을 강화한 노트북, DVD기록기까지 달린 노트북 등 PC업체의 신제품 경쟁은 끝이 없다. PC업체의 경쟁은 신제품 공세에 그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아 갖가지 판촉행사와 이벤트로 고객사로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따뜻한 겨울만들기' '기쁨2배' '해피플러스' '송년감사' '겨울맞이' 등 이름만큼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연말행사에선 갖가지 사은품을 덤으로 주고 패키지상품을 싸게 판매하기도 한다. 우퍼스피커나 스캐너 헤드셋 등 PC주변기기에서부터 디지털카메라나 MP3 전자사전 카메라폰 등 정보기기는 물론 스키시즌권까지 사은품으로 등장했다. PC업체의 신제품과 판촉경쟁은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이다. 한국HP는 최근 노트북시장에서 앞으로 3년 내에 삼성전자를 따라잡고, 미디어센터PC에선 국내 1위, 데스크톱PC에선 3위에 오르겠다고 발표했다. LGIBM도 삼성전자를 경쟁상대로 삼고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삼보컴퓨터나 현주컴퓨터 등도 중저가 시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데다 도시바코리아 한국후지쯔 소니코리아는 노트북 마니아를 대상으로 시장을 공략중이다. PC업계 관계자는 "PC업체들이 브랜드 파워를 키워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신제품 출시경쟁과 이벤트 공세를 펴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업체들이 시장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 중견업체는 틈새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신제품 개발과 이벤트 경쟁에 뛰어 들고 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