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놀이를 바탕으로 만든 국산 보드게임이 해외로 첫 진출할 전망이다. 국내 보드게임 업체인 박스커뮤니케이션(대표 심판규)이 지난 23일부터 독일 에센에서 열리고 있는 독일국제게임박람회(`Spiel 03')에 우리 윷놀이를 보드게임용으로 만든 제품을 선보였다. 올해로 21회 째인 이 박람회는 세계 최대의 보드게임 박람회다. 26일 끝난 올해박람회에는 22개국 610개 업체가 2백여개의 최신 제품을 비롯해 수천 종의 상품을내놓고 15만여 명의 관람객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치열한 판촉전을 벌였다. 하스브로, 틸시트, 어퍼데크 등 유럽과 미국의 몇몇 세계적 업체가 내놓은 신제품들에 인파가 집중됐지만, 박스커뮤니케이션이 내놓은 한국의 `윷놀이(Yunnori)'에도 관람객과 언론, 전문가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이 박람회는 물론 해외 게임박람회에 한국 업체가 전용 전시대를 설치해 자체개발한 보드게임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제품은 놀이 이름과 윷쪽, 놀이 방식 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윷쪽을 소형화하고 속에 작은 자갈을 채워 던질 때 맑은 소리가 나게 개량하는 등 보드게임의 특성과 외국인들의 정서에 맞춘 것이다. 말판에는 돼지, 개, 양, 소, 말을 캐릭터로 만들어 넣고 도.개.걸.윷.모라는 이름도 도도, 개비, 고리, 유니, 모모 등으로 바꿨다. 전통문양을 넣은, 윷쪽과 말 보관용 복주머니도 만들었다 . 특히 뒷도 등 여러규칙과 상벌이 적혀있는 22장의 카드를 추가해 놀이의 묘미를 더했다. 관람객들은 처음 보는 윷놀이를 즐기면서 한국 놀이문화에 대한 관심을 보였고,전문가들은 한국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보드게임이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잡으면서노래방과 PC방에 이어 보드게임방 체인점들이 들어서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심판규 사장은 미국의 어퍼데크와 프랑스 틸시트 등 대형업체 관계자들이 보고"가족용 게임으로 적합하며, 시장성이 높다"면서 판권계약을 체결할 것을 각각 제의해와 현재 상담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산 보드게임, 더욱이 우리 전통 놀이를 바탕으로 만든 제품이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할 전망이다. 또 거의 모든 제품을 수입에만 의존하는 속에서 극소수의 업체가 자체 상품 개발에 투자하는 국내 보드게임 업계에도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통놀이를 바탕으로 만든 보드게임은 단순한 상품의 판매가 아닌, 우리고유의 문화를 함께 외국인들에게 자연스레 소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심 사장은 "오랜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마침 국내에 보드게임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수입 외국 제품만 있는 것을 보니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고유 콘텐츠를 담은 제품도 국내외 무대에서 수용될 수 있고 시장성이 있다는 생각에 작년 부터 우선 윷놀이 개발에 착수하고 올해 4월에 회사를 설립,외국제품 수입을 병행해왔다"면서 이번에 예상 밖의 호응을 얻은 것을 계기로 향후`윷놀이'의 개선과 다른 고유 제품 개발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있음)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