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33630]을 둘러싸고 외자유치안 무산과 유상증자안 임시주총 부결로 '1승 1패'씩을 주고받은 LG그룹과 SK텔레콤 사이의탐색전이 계속되고 있다. 유상증자안 부결로 일단 기선을 잡은 SK텔레콤은 되살아난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의 투자제안을 조속히 진행시키는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SK텔레콤은 특히 외자유치 조건에 대해 "기존에 제시했던 안보다 더 좋거나 최소한 나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하는 문서를 최근 AIG-뉴브리지쪽에서 받았다"며 "임박한 하나로통신의 유동성 위기 해결을 위해 외자유치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LG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하나로통신 윤창번(尹敞繁) 사장이 직접 나서 "외국투자자들이 좋은 투자자조건을 제시하면 협력관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외자유치에 적극적인 자세를보이고 있는 것도 SK텔레콤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만 보고 외자유치가 실제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단정하기는 힘들다. 지난 외자유치안 무산에서 확인됐듯이 LG그룹은 지분율 15.9%의 하나로통신 1대주주로서 외자유치에 '몽니'를 부릴 수 있는 힘을 여전히 갖고 있다. LG는 새로운 외자유치안이 제시되면 구체적인 조건을 살펴보겠지만 신주 발행가격이 3천100원선인 지난번 조건과 큰 차이가 없다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또 하나로통신 이사진중 적지 않은 숫자가 이같은 LG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져 LG그룹이 반대하는 외자유치안은 이사회 통과부터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임시주총 유상증자안 표결에서 LG가 얻은 찬성표가 62.0%로 유상증자안 통과와 불과 4.3%밖에 차이나지 않는 62.0%에 이르는 것도 LG 입장에서 고무적인 부분이다. 이는 사실상 2대주주 삼성전자와 3대주주 SK텔레콤을 제외한 주주사와 소액주주다수가 LG쪽 손을 들어준 결과라는 것이 LG의 해석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것이 삼성과 LG의 '빅딜' 가능성으로 하나로통신 지분 매각방침을 공언해온 삼성전자의 지분 전부 또는 일부를 LG가 사준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실제로 양사는 이와 관련해 한때 실무선에서 매입가격 등 상당한 의견 접근을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이같은 논의가 삼성전자의 대형 고객인 SK텔레콤과의 관계악화 등을 우려한 삼성전자 경영진에 의해 무산됐으나 LG가 지분 매입가격을 상당히 후하게 쳐주는등 그룹 차원의 '결단'만 뒤따르면 다시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LG 정홍식 통신사업 총괄사장은 "한때 그런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정도경영'을 외쳐온 LG가 택하기는 힘든 길"이라며 "앞으로도 그런 '빅딜'이 일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신 정 사장은 "서두르지 않고 유상증자와 외자유치를 병행하는 등 SK텔레콤.삼성전자 등 다른 주주사들과 타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정면돌파대신 '우회로'를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하나로통신을 둘러싼 양쪽의 대결은 일단 단기유동성 위기 등 공통의과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면서 당분간 정면충돌은 피하는 대신 물밑 신경전 형태로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