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 동호인들의 인터넷 모임인 'SLR클럽'은 지난달 30일부터 LG상사가 수입하는 캐논 디지털카메라 'EOS-10D'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용인 이 제품의 자동초점 기능에 심각한 결함이 발견돼 수입업체인 LG상사측에 항의했으나 '제품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는 말만 되풀이 한 채 문제해결을 미루고 있어 불매운동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당황한 LG상사측은 일본에 담당임원을 급파, 본사 기술진이 직접 방한해 문제를 해결토록 했고 오는 7일부터 이틀간 문제의 제품에 대한 합동 테스트를 실시키로 했지만 구매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킬만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SLR측은 ▲LG상사측의 사과문 게시 ▲결함 인정과 공식 발표 ▲사용자가 원할 경우 무조건 환불 ▲재발방지 노력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캐논측이 자사 제품에 대해 결함을 인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문제는 이번 불매운동이 단순히 캐논 한 회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국내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국내 제조사는 극소수이고 메이저 업체는 소니, 올림푸스, 니콘, 캐논, 후지 등 모두 일본회사라는 것에서 문제는 출발한다. 이 업체들은 현재 국내 현지법인을 설립하거나 대행사 등을 통해 판매 및 애프터서비스(AS)를 시행하고 있는데 국내 수입업체들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만큼 AS가 질적으로 크게 낙후돼 있다는 지적이다. 수입업체들의 AS 기술은 일본 현지 본사에서 교육을 받은 소수의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고 지방의 경우에는 아예 AS망이 없거나 AS에 필요한 기술을 전혀 갖추지 못한 채 유통업체가 이를 대행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캐논 외에 또 다른 일본 디지털카메라 수입업체들의 AS 문제들을 보면 캐논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왜 일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A사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셔터장치가 렌즈와 결합된 방식인데 렌즈부의 신품은 1년에 3만컷까지 무상보증기간이지만 한번 교체된 부품은 무상보증기간이 3개월뿐이어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B사 제품은 서울에 편중된 서비스로 지방 사용자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고 있고 불가피하게 외국에서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다가 국내로 들여오는 경우, 비용을 지불해도 제품 수리를 받을 수 없도록 돼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또 C사 제품은 국내 AS인력의 미약한 기술력 때문에 기본 수리 외에는 전량 일본으로 수리를 의뢰하고 있어 수리기간이 장기간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올 상반기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카메라 관련 민원건수는 모두 1천472건으로 지난해 전체 민원건수인 1천54건을 넘어섰다. 수입업체들은 "제품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문제가 있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주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제품에 대해 쏟아지고 있는 구매자들의 불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평가다. 디지털카메라 전문 동호회에서 활동중인 한 네티즌은 "디지털카메라 수입업체들은 '팔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수입판매에 상응하는 적절한 AS망 구성을 통해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메라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업체들의 AS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불매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기자 faith@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