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디맨드 컴퓨팅(On-demand computing) 전략은 한마디로 고객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입니다.고객을 최우선으로 삼는 CA의 경영철학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죠." 세계 3위 소프트웨어 기업인 컴퓨터어소시에이트(CA) 산제이 쿠마 회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컨퍼런스 'CA월드 2003'에서 "요즘 IT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온디맨드 컴퓨팅 전략은 결국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쿠마 회장은 "조그만 못을 박는 데 커다란 망치가 소용없듯이 고객들도 필요한 만큼만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IT업계도 상품 중심에서 고객 위주의 서비스로 변모해야만 기업들의 효율적인 IT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쿠마 회장에 따르면 CA의 온디맨드 전략은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한다. 첫째는 앞서 언급된 것처럼 '고객에게 구매과정의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경영 철학적인 차원의 목표다. 그는 "이를 위해 CA는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필요한 기간만큼 도입할 수 있는 '선택형 라이선스'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년여 전 미국 본사 차원에서 첫 선을 보였고 한국에선 올 초부터 도입된 이 제도는 고객이 제품을 구매할 때 2∼3년간의 장기계약을 의무화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3개월,6개월 단위로 쪼개서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둘째는 기술적인 목표로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 서비스가 가능한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실현하는 것이다. 쿠마 회장은 "CA의 온디맨드 전략은 PC에서 메인프레임에 이르기까지 '이음새없는' 네트워크 환경을 갖추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인 지향점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고 강조했다. 쿠마 회장은 이같은 온디맨드 컴퓨팅을 구현케 할 신기술로 CA가 개발한 '소나(Sonar)'를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소나는 잠수함이 어두운 바닷속을 항해할 때 필요한 항해장치를 뜻한다"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도 미리 파악함으로써 기업 IT인프라에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CA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쿠마 회장은 CA가 투자한 국내 시스템통합(SI)업체 라이거시스템즈의 지분을 코오롱그룹에 매각하는 건에 대해서는 "한국CA 경영진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거시스템즈는 코오롱그룹이 지난 99년 CA와 합작으로 설립한 SI업체로 CA가 70%,코오롱그룹이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그룹 내 IT시스템 유통업체인 코오롱정보통신의 사업영역을 SI부문까지 확대하기 위해 CA의 라이거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쿠마 회장은 "장기적으로 CA,코오롱,라이거시스템즈 3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