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도 재활용이 가능한 귀중한 자원입니다. 소프트웨어 재활용이야말로 소프트웨어 개발환경의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공학 분야의 거장으로 통하는 미국 IBM 래쇼날사업부의 전략부사장 이바 야콥슨.최근 한국IBM 래쇼날사업부가 개최한 '2003 IBM 래쇼날 컨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야콥슨 부사장은 소프트웨어 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개발자들 사이에서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래쇼날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솔루션 브랜드로 지난해말 인수·합병(M&A)을 통해 IBM의 소프트웨어 개발 솔루션 사업부로 편입됐다. 야콥슨 부사장은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나와도 잘 뜯어보면 70∼80%는 기존에 있는 기능을 되살린 것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소프트웨어를 잘만 재활용하면 이미 존재하는 기능을 만들기 위해 쓸데없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소프트웨어 재활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며 "그러나 한국에선 소프트웨어 재활용에 대한 개념 자체가 제대로 확립돼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재활용에 대한 인식 부족은 소프트웨어 개발툴의 사용이 보편화되지 못한 데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야콥슨 부사장은 "개발툴을 사용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손을 대면서 완제품으로 만들지 않고도 소프트웨어의 부품 역할을 하는 '컴포넌트'를 이용해 조립함으로써 소프트웨어 개발에 드는 노력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며 "이는 마치 레고 블록 쌓기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한국 개발자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이 다분히 창조적 작업이라고 여겨 기존 구성요소를 재활용하는 도구인 개발툴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레고 블록도 잘만 쌓으면 얼마든지 창조적인 작품을 빚어낼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콥슨 부사장은 또 남이 만든 것은 그대로 도입하지 않으려는 'NIH(Not Invented Here) 신드롬'도 국내 개발자들이 개발툴 사용을 꺼리게 된 원인의 하나로 꼽았다. 그는 "하지만 해외에 진출하려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타사 제품과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개발툴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며 "개발툴 사용 자체가 보편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소프트웨어 재활용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