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중인 초고속인터넷 3위 업체 두루넷이 공개입찰을 통한 기업매각을 실시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KT, 하나로통신, LG그룹 등이 두루넷 인수 검토 작업에 나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두루넷 경영진은 내달 8월 25일로 예정된 기업매각을 위한 공개입찰을 앞두고 이들 3개 회사 실무자 및 경영진과 연쇄 접촉을 진행하며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두루넷은 내달 15일로 예정된 입찰의향서 제출 마감 시한이 지나더라도 10월로 예정된 최종 인수자 선정 직전까지 이같은 작업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하나로통신 = 외견상 두루넷 인수 의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는 쪽은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하나로통신이다. 현재 하나로통신에 투자 의향을 밝힌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은 하나로통신의 대주주가 될 경우 두루넷 인수를 추진, 국내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시장에서 KT와 맞설 수 있는 대형 업체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오는 3일 열리는 하나로통신 이사회가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의 외자유치 조건을 받아들일 경우 하나로통신은 새로운 최대 주주의 방침에 따라 두루넷 인수에 즉각 나서게 될 전망이다. 만일 AIG-뉴브리지가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을 함께 장악할 경우 초고속인터넷 시장에는 KT와 맞먹는 규모의 대형 업체가 등장하게 된다. ▲LG그룹 = 올해 초 계열사 데이콤을 통해 기간망업체 파워콤을 인수한 LG그룹측도 `통신 3강'에 진입하기 위해 두루넷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FC(광동축혼합망) 위주인 파워콤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LG그룹 통신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129만명에 이르는 두루넷의 HFC방식 가입자기반을 인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가 성사될 경우 LG그룹은 하나로통신 최대주주로서의 위치를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에 뺏기게 돼 가입자 기반 확대를 위해서는 두루넷인수 이외에는 대안이 없어지는 상황을 맞게 된다. LG그룹이 최근 정홍식 전(前) 정보통신부 차관을 그룹차원 통신사업 총괄 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통신 3강' 진입을 위한 포석이며 이를 위해서는 하나로통신이나 두루넷 중 최소한 하나는 장악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KT = 하나로통신과 LG그룹의 적극적인 태도와 대조적으로 국내 최대의 통신업체인 KT는 두루넷 인수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일은 꺼리고 있는 눈치다. 국내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절반 가량, 시내전화 시장의 95% 이상을 확보한 유선시장의 절대강자인 KT는 추가 가입자를 확보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두루넷 인수에 나서 `독과점' 시비에 휘말릴 경우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로통신이나 LG그룹에 비해 자금력이 앞서는데다 유ㆍ무선 통신사업전반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유일한 업체인 KT가 결국은 두루넷의 주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정보통신부 일각에서는 재무구조가 튼튼한 KT가 두루넷을 인수하는 쪽이 여러 모로 `안전한' 선택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최근 정통부 관계자들이 `차세대융합네트워크(NGcN)의 가입자망 부분을 HFC 위주로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설을 흘리고 다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한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KT는 HFC망을 모두 정리해 현재는 DSL(디지털가입자회선)만 보유한 상태이기 때문에 KT가 두루넷의 HFC망 가입자들을 인수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 정보통신부의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