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씬하게 빠진 8등신 캐릭터는 저리 가라.' 최근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장중하고 칙칙한 분위기의 판타지 롤플레잉게임(RPG)이 줄고 아기자기한 동화풍의 RPG가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 게임을 이끌어가는 캐릭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8등신의 섹시한 미인 캐릭터가 설 자리는 점차 없어지고 큰 머리와 짧은 다리를 가진 이른바 '얼큰이'캐릭터들이 게이머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얼큰이 전성시대=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상당수 온라인게임에는 얼큰이(얼굴이 큰 사람의 줄임말)라고 불리는 SD캐릭터가 등장한다. 엔씨소프트의 샤이닝로어,타프시스템의 루시아드,네이트닷컴의 디지몬RPG,그리곤엔터테인먼트의 씰 온라인,넥슨의 마비노기 등 올 상반기에 선보인 얼큰이 게임만도 10여종에 이른다. 트라이글로우픽쳐스의 프리스톤테일,넥슨의 아스가르드,엠게임의 네오다크세이버 등은 이미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프리스톤테일은 서비스 한 달 만에 25만명의 회원을 끌어모았고 테일즈위버도 시범 서비스 3일 만에 동시접속자 수가 4만5천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이미디어의 믹스마스터온라인과 엔씨소프트의 샤이닝로어도 서비스 1주일 만에 동시접속자 수가 1만명을 넘었다. ◆누구나 쉽게 즐긴다=얼큰이 게임은 소수의 게임 마니아에 그치지 않고 30대 이상의 직장인이나 기존 온라인게임을 어려워하는 초등학생,게임에 관심이 적은 여성에 이르기까지 유저층이 다양하다. 특히 어린이와 여성층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라그나로크의 경우 여성 이용자가 전체의 30%에 이를 정도. 그래서 얼큰이 게임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통한다. 장황한 배경이나 설정을 가진 기존 RPG와는 달리 대부분 주인공(게임 속 캐릭터)의 모험을 소재로 손쉽게 풀어 나갈 수 있어 초보자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8등신 캐릭터들이 판치던 온라인게임에 얼큰이 캐릭터들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01년 5월 선보인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였다. 이 게임은 칙칙하고 어둡던 기존 온라인게임들의 그래픽과는 달리 화사하고 밝은 분위기를 배경으로 내놓아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라그나로크는 시범 서비스 기간 동안 동시접속자가 4만명에 육박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유료화에도 성공,후발 게임업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캐릭터 사업에도 만점=친근감을 주는 게임 속의 캐릭터를 인형으로 만드는 등 다양한 캐릭터사업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라그나로크의 경우 시범 서비스가 시작되자마자 일본 유명 완구업체로부터 캐릭터사업을 제안받기도 했다. 그라비티는 현재 라그나로크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내세워 본격적인 오프라인 캐릭터사업을 준비 중이다. 타프시스템은 최근 루시아드에 나오는 게임 캐릭터로 열쇠고리와 핸드폰줄을 제작했고 믹스마스터는 판촉용 상품으로 피규어(캐릭터 인형)를 만들기도 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