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서비스가 확고하게 정착돼 왔던 무선인터넷 업계에 무료 콘텐츠가 확산되면서 콘텐츠업계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조만간 무선인터넷 망이 개방되면서 누구라도 이동통신망을 빌려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돼 이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무료 콘텐츠가 확산되면 단기적으로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지만 유료 기반으로 수익을 내왔던 6백여개에 달하는 콘텐츠 제작업체(CP)들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성장기에 접어든 무선인터넷 산업의 성장잠재력이 붕괴돼 콘텐츠 개발이 부진해짐은 물론 소비자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특히 유선 인터넷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한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들은 단기간에 가입자 확대를 위해 벨소리나 아바타 등 핵심 무선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음 관계자는 "이미 유선사이트 고객들이 무선인터넷에서도 다음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무료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자사 단말기를 보유한 고객들을 위해 서비스하고 있는 '애니콜랜드'나 LG전자의 '싸이언클럽' 등은 이미 무료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망 개방이 이뤄지면 무료 콘텐츠 수를 대폭 늘려 휴대폰 판매량을 늘리는 용도로 무선인터넷을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유선 포털 업체나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무선콘텐츠가 주수입원이 아니기 때문에 벨소리나 아바타 등을 무료화해 고객 충성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커뮤니티 서비스로 수익을 내고 있는 대형 포털 업체들이 기술진 몇 명만 보강하면 무선 콘텐츠를 무료로 배포할 수 있다"며 "초기 유선인터넷에서 벌어졌던 무료 경쟁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초기부터 유료화가 정착된 덕에 무선 콘텐츠시장은 올해 4천5백억원대로 커질 만큼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무료콘텐츠 경쟁이 벌어지면 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이달 말 SK텔레콤에 대해 약관심사를 마무리하고 망 개방을 본격화할 예정인 정보통신부도 이같은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대책마련에 나섰다. 정통부는 이동통신사와 콘텐츠 제공업체들 간 협약을 통해 저가나 무료 콘텐츠를 제공할 경우 망 접속을 거부토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나친 규제라는 반발도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 ............................................................ [ 용어풀이 ] 무선인터넷 망개방=이동통신 사업자의 무선망을 누구라도 자유롭게 활용,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현재 휴대폰 사용자들은 이통사가 자체 제작한 무선인터넷 사이트만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011가입자들은 SK텔레콤의 '네이트',016사용자들은 '매직엔'만 이용할 수 있지만 망이 개방되면 다음이나 네이버가 만든 무선 사이트도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