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콘텐츠 솔루션업체인 세호정보통신의 김지영 이사(34)는 정보기술(IT)업계에 보기드문 여성 솔루션 기획자다. 영화 교육 등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인터넷업체나 일반기업에 공급하는 세호가 줄곧 업계 수위자리를 지켜온 데는 김 이사의 숨은 공로가 톡톡히 한 몫했다. 세호의 창업멤버로 참여한 김 이사는 "머릿속에서 구상했던 아이디어가 엔지니어들의 손을 거쳐 결과물로 나오는 것을 지켜볼 때가 가장 기쁘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벌써 7년째 솔루션 기획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억척스런 프로우먼이다. 솔루션을 기획할 때 일반 인터넷 사용자의 편의성을 제일로 친다.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채 만들어진 솔루션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게 그의 생각이다.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김 이사의 첫 직장은 대기업 카드사였다. 그러다 IT가 생소했던 지난 1996년 세호에 전격 합류한 것은 뭔가 창조적이고 활력있는 일을 해보고싶다는 욕구에서였다. 매일 똑같은 업무가 반복되는 금융업무로는 타고난 끼를 감당할 수 없었던 탓이기도 했다. 그가 솔루션 기획업무를 처음 맡았을 당시 집안 어른들로부터 허구헌날 싫은 소리를 들어야했다. 숙식을 아예 회사에서 해결했기 때문. 고작해야 1주일에 한번 귀가하는 정도였다. 이런 강행군 끝에 김 이사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솔루션 기획자로 성장했다. 이제는 부모님들이 그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들이다. 그런데도 김 이사는 가끔 일탈을 꿈꾼다. 인터넷이 안되는 시골에 파묻혀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들으며 그림을 그리는 야인생활을 동경하기도 한다. 그는 평소에도 클래식 오페라 연극 감상을 즐긴다. 서양화 그리는 솜씨는 수준급이다. 세호에 합류해 눈코뜰새없이 바빴던 시절에도 틈틈이 화실에 들러 그림을 그리는 부지런을 떨기도 했다. 소녀처럼 바비인형 수집광이기도 한 김 이사는 아직 미혼이다. 배필을 찾을 틈도 없이 일에 쫓겨 살아온 탓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