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선통신업계의 최대 키워드는 '속도(speed)'다.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에서 진보한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이 인터넷서비스의 '속도전'을 주도할 전망이다. 현재 상용화된 VDSL 기술도 ADSL보다 많게는 10배나 빠르다. KT와 하나로통신, 두루넷, 온세통신, 데이콤 등 모든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은 VDSL 상용서비스 경쟁에 이미 돌입했다. 유행에 민감한 한국 네티즌들이 이를 가만히 두고볼리 없다. VDSL 서비스 이용자가 급팽창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VDSL이란 항상 '속도'에 굶주려온 국내 네티즌들에게 VDSL은 '메시아'나 다름없다. VDSL은 현재 상용기술(QAM 방식)로도 최대 23Mbps 속도를 낸다. ADSL 라이트(1~2Mbps)보다 10배 이상 빠른 '울트라 초고속인터넷'이라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최대 52Mbps(내려받기용)까지 속도가 나온다고 한다. 이쯤되면 열린 입을 다물 수 없다. 그만큼 VDSL은 사이버공간의 '속도경쟁'을 충실히 지원할 차세대 기술이다. VDSL은 또 양방향 속도를 같게 제공할 수도 있고 다르게 신축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양방향 같은 속도로 서비스하면 최대 26Mbps까지 스피드업시킨다. 위에서 말한 52Mbps는 ADSL처럼 상향(자료 올리기)과 하향(내려받기) 속도를 달리하면 최대로 낼 수 있는 하향 속도다. 아무튼 '꿈의 인터넷'인 점은 분명하다. 올해 얼마나 확산될까 일단 서비스 업체들의 계획을 살펴보자. KT는 올해말까지 1백40만~1백50만 회선으로 VDSL 서비스 가능회선을 늘릴 계획이다. 이중 70% 정도로 가입자를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올해 KT는 1백10만명 정도의 VDSL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하나로통신도 내년까지 VDSL을 1백30만 회선으로 늘리고 가입자도 90만명 이상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그러면 올해말까지 2백만명이 VDSL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전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20%에 육박하는 수치다. 물론 '남이 속도가 더 빠르면 배가 아픈' 한국 네티즌들이기 때문에 서비스에 대한 욕구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서비스 이용료도 지금의 ADSL보다 그리 비싸게 형성되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KT 등 사업자들이 이런 수요에 부응해 투자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늘리면 30%로 가입자 비중이 대폭 높아질 수도 있다. 세 집 건너 한 집이 VDSL을 이용하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정보통신부는 2005년까지 1천3백50만 가입자가 평균 20Mbps의 속도로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뭐가 달라지나 ADSL에서 VDSL로 진화하는 것은 고속도로에 비유하면 왕복 4차로가 왕복 6차로로 넓어지는 것과 같다. 속도가 빨라질 뿐 아니라 물동량(대용량 콘텐츠)이 늘어나도 정체현상을 빚지 않게 된다. 따라서 더욱 정교하고 스케일이 큰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는 등 콘텐츠 산업이 한단계 발전할 수 있다. 현재 13Mbps급 VDSL로도 웬만한 크기의 동영상을 TV화면 수준으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속도가 더 높아질수록 고화질(HD)TV, 고화질 주문형비디오(VOD), 원격교육 및 주문형교육(EOD), 원격진료 등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응용서비스가 속속 나올 전망이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