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각인 김리장씨(34)는 회사에서 근무하던중 휴대폰으로 걸려온 비상경보에 화들짝 놀랐다.


집에서 가스가 새고 있다는 경보였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휴대폰 버튼을 눌러 일단 가스밸브를 잠궜다.


그리고는 집에 설치된 웹카메라를 통해 집안을 휴대폰창으로 한번 둘러봤다.


아직 사고는 터지지 않았다.


'휴' 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현관문을 열라는 명령을 내렸다.


다음 사설 방재센터에 연락하는 키를 눌러 사태를 수습했다.


그는 너무 놀란 마음에 오후까지 제출해야 하는 여권 갱신용 사진을 집에 두고 나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를 어쩌나'


고심하다 집에 설치된 레지덴셜(residential) 게이트웨이를 휴대폰으로 뒤졌다.


다행히 저장해둔 사진파일을 찾아 다운받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3년 뒤면 완벽하게 구현될 홈네트워킹(Home Networking)을 가상으로 그려본 것이다.


그러나 홈네트워킹이 그리 먼 '꿈'은 아니다.


SK텔레콤은 휴대폰을 통한 출입문 제어, 웹카메라를 통한 홈시큐리티 등의 서비스를 현대산업개발이 건설하는 사이버 아파트에 올해말부터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달 하순부터 입주가 시작된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서도 전력선통신(PLC)를 이용, 홈네트워킹의 초기 솔루션들이 서비스되고 있다.


휴대용 무선 웹패드로 <>부재중 방문자의 녹화화면 확인 <>가전기기와 조명, 가스밸브 등 제어 <>화상통화를 할 수 있다.


현관문은 지문인식으로 작동되고 외출버튼을 누르면 24시간 자동 방범시스템이 돌아간다.


홈네트워킹은 이미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란 얘기다.


홈네트워킹이란 PC TV 냉장고 세탁기 출입문 조명 가스밸브 등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 휴대폰 개인휴대단말기(PDA) 웹패드 등으로 집안팎에서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초고속인터넷 인프라가 광범위하게 깔리고 인터넷기능이 탑재된 디지털 가전제품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가정이 하나의 거대한 '정보기술(IT) 시험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인터넷 정보가전 세계시장은 2005년에 3천6백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가전업체와 통신업체는 물론 미들웨어(홈서버, 게이트웨이)업체, 콘텐츠업체, 건설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손발을 맞추고 있다.


디지털 가전쪽을 살펴보면 LG전자는 인터넷 냉장고, 인터넷 세탁기, 인터넷 에어컨,인터넷 전자레인지 등을 이미 선보였다.


앞으로 전기밥솥 가스오븐레인지 청소기 등에도 인터넷 기능을 접목시켜 '리빙네트워크시스템'을 완성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인터넷 가전제품을 본격 시판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경기 용인 수지 시범아파트에서 시범사업에 나섰고 서울통신기술이란 회사를 통해 타워팰리스 4천여가구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물론 <>홈서버와 게이트웨이를 PC나 TV, 또는 다른 단말중 어디에 둘 것인가 <>각종 기기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국제표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표준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외부와 집을 연결해 주는 통신망의 경우 초고속인터넷, 이동통신망, 무선랜(LAN) 등을 제공하는 사업자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LG전자가 올해안에 인터넷 냉장고를 5백만원대로 낮춘 보급형을 선보이겠다고 할 정도로 가격인하도 중요한 관건이다.


아무튼 홈네트워킹이 완성되는 시기가 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편리함을 누리게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혼자 사는 김리장씨는 퇴근해 집에 도착할 때마다 현관앞에 배달된 식품류를 발견할 수 있다.


인터넷 냉장고가 직접 부족한 식품을 체크해 근처 슈퍼로 주문한 것이다.


또 인터넷 세탁기로 새로 산 니트의 세탁방법을 다운받은 다음, 세탁기를 돌리면 독신생활이 그리 불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꼭 장가가야 하나'란 생각도 들 수 있다.


홈네트워킹이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꿔 놓을 날이 멀지 않았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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