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가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한 이동통신사에 대해 영업정지란 초유의 조치를 취했다. 신규 가입자 모집이 중단되면 이동전화에 새로 가입하려는 고객들이 불편을 겪어야 하고 통신사 대리점과 단말기업체들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피해가 생기지만 정부는 보조금을 자율화했을 때 '시장 실패'가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손실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업자들은 "현실을 무시한 반(反)시장적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문제가 된 배경=보조금 지급이란 제조업체의 출고가격에 비해 단말기를 싸게 파는 행위를 말한다. 기업들이 고객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데 왜 정부가 이를 막는 것일까. 1990년대 초반 이동전화서비스가 시작됐을 때 보조금에 대한 규제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지난 97년 개인휴대통신(PCS) 3사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과당경쟁으로 보조금 지급이 일상화됐고 99년 하반기부터 휴대폰은 완전히 '공짜'가 됐다. 국회와 언론 등을 중심으로 보조금의 폐해가 집중 부각된 것도 이때다. 고객들이 단말기를 너무 자주 바꿔 자원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미성년자의 무분별한 가입,단말기 핵심부품 수입으로 인한 무역수지 부담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또 98년부터 2000년 5월 말까지 이동통신 5사가 지급한 보조금 총액이 7조5천억원에 달하면서 경영부실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고 후발사업자 보호문제도 부각됐다. 결국 정통부는 2000년 5월 통신사업자의 약관에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시켜 본격적인 규제를 시작했다. ◆왜 근절되지 않나=규제가 본격화된 2000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단말기 보조금으로 인해 통신업체들이 부과받은 과징금은 무려 4백7억9천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여전히 보조금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통사들은 과징금보다 고객 유출을 훨씬 더 우려하고 있다. 한 업체가 보조금을 지급하면 과징금을 무릅쓰고 보조금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세계적으로 보조금을 규제하는 나라는 핀란드와 우리나라밖에 없다. 우리가 외국과 달리 보조금으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독특한 시장구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염용섭 실장은 "외국에서는 이동전화 시장 초기에 복수업체가 사업을 시작했지만 우리나라는 한 업체가 독점적으로 사업을 해 오다 뒤늦게 후발업체가 뛰어들었기 때문에 상대방 가입자를 빼오려는 경쟁이 유독 치열하다"고 말했다. ◆영업정지가 대안인가=사회적으로 보조금 지급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은 확산됐지만 제재 강화가 해결책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개월만 지나면 신형 휴대폰이 구형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대리점에 무조건 출고가를 맞춰 팔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그래서 이통사들이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탄력적인 단속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