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울루는 수도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5백㎞ 떨어진 인구 12만명의 작은 도시다. 극지에 가깝기 때문에 한 겨울이면 하루 2시간 남짓 밖엔 해를 볼 수가 없다. 유럽의 오지 가운데 한곳이다. 그런데도 울루는 테크노폴리스, 산업클러스터로서는 물론 R&D 허브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울루에는 현재 2백여개의 기업들과 6천여명의 연구인력이 몰려 있다. 이곳에 입주해 있는 후지쓰 시게이트 IBM 노키아 휴렛팩커드 선마이크로시스템 등은 기술개발연구소를 경쟁적으로 설립하고 있다. 울루시가 연구개발중심의 클러스터 건설에 나선 것은 지난 1982년. 3년 뒤인 1985년에 울루대 캠퍼스안에 인텔리전트빌딩을 건설하고 기업들을 유치하고 나섰다. 울루시는 1999년 8월 '울루테크노폴리스'라는 이름으로 도시를 통째로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헬싱키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노키아가 R&D센터를 이곳으로 옮긴 것도 바로 이때다. 정부가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핵심기술을 개발하면 노키아 등이 이를 상품화했다. 생산을 철저히 아웃소싱했다. 노키아는 클러스터의 이러한 이점을 활용해 세계 최대 휴대전화업체로 탈바꿈했다. 그러자 컴팩 후지쓰 IBM 에릭슨 등 외국기업들이 줄이어 입주했다. 외국기업들이 노키아를 보고 배우겠다고 울루에 모여든 것이다. 울루는 핀란드 전체 연구개발투자의 30%,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울루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우선 '거대한 정보통신 연구마을'이라는 허브 기능을 꼽을 수 있다. 울루단지는 정보통신, 무선통신과 관련된 연구소를 비롯 컨설팅회사 제조업체들만으로 구성돼 있다. 동종 기업을 한곳에 모으는 '지리적 근접성'으로 살아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지역적 특수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울루단지는 집성촌과도 흡사하다. 이곳 연구인력의 80% 이상은 울루대 출신이다. 대학 4년에다 대학원 5∼6년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다. 울루에서는 시청의 담당자, 대학교수, 베너캐피털최고경영자,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 벤처기업가 등이 긴밀하면서도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오춘호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