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서 부회장 39년 경북 의성 출생 서울대 외교학과,뉴욕대 경제학 석사 행정고시(6회),경제기획원,상공부,통상산업부 차관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대표이사,LG상사 대표이사,데이콤 부회장 신윤식 사장 36년 전남 고흥 출생 서울대 사학과,행정학 박사(중앙대) 행정고시(1회),체신부 차관 데이콤 대표이사,하나로통신 사장 .............................................................................. 삼국지에 나오는 유명한 전투중의 하나가 "관도대전"이다. 서기 199년 공손찬을 누르고 황하 이북을 차지한 원소와 아직 세력이 미미했던 조조간의 대혈전이었다. 정병 10만과 기병 1만을 거느린 원소와 2만 군대로 맞선 조조의 싸움은 누가 보나 결과가 뻔했다. 그러나 이 전쟁의 최후 승리자는 조조였다. 조조는 원소 군대 7만명을 참수시키는 대승을 거뒀다.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다름아닌 원소의 "자만"이었다. 데이콤과 하나로통신은 지난 6월에 이어 9월초에 파워콤(한국전력 통신자회사)을 두고 인수 경쟁을 벌였다. 6월만해도 데이콤의 입찰 참여에 대해 통신업계는 "정말 인수할 의사가 있나"하며 긴가민가했다. 그런데 데이콤 박운서 부회장이 LG그룹의 막강한 지원사격을 받고 있다며 9월 입찰에도 나서자 시장분위기는 데이콤의 승리를 점치는 쪽으로 돌아섰다. LG가 데이콤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면 입찰 결과는 뻔하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지난 9월 7일 입찰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데이콤측은 "아차!"하며 통한의 한숨을 쉬어야 했다. 하나로통신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사실 하나로는 1999년 파워콤 설립 이전부터 한전의 통신설비 현황을 분석하고 이 설비의 적정가를 산정할 정도로 인수에 오랜 준비작업을 진행해왔다. 데이콤은 관도대전에서 "원소의 우(愚)"를 범하고 만 것이다. 박운서 부회장과 하나로통신 신윤식 사장은 원래 "맞수"는 아니었다. 데이콤의 주력 사업은 시외.국제전화,기업전용회선,e비즈니스 등이고 하나로는 초고속인터넷이다. 그런 두 회사가 파워콤 인수라는 전쟁터에서 만나면서 서로 맞서게 됐다. 물론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 파워콤 매각주체인 한국전력과 하나로통신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데이콤은 차순위협상자로 다시 기회를 얻게 된다. 박 부회장은 관도대전의 패배를 적벽대전의 "동남풍"으로 되받아치려고 와신상담,절치부심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이를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중심축이 되려는 박 부회장과 신 사장의 패권싸움으로 풀이하고 있다. 누가 되든 승자가 "통신 3강"의 세번째 사업자군을 뭉치는 중심이 되고 나머지 한 사람은 그 슬하로 들어가야 하는 형국이다. 두 CEO(최고경영자)의 캐릭터는 언뜻보면 비슷하다. "타이거 박"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박 부회장처럼 신 사장도 "불도저"로 불릴 정도로 강력한 추진력과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개발시대에 공직생활을 했고 차관까지 올랐다. 이후 민간기업 CEO로서 제2의 도전을 감행했고 각기 내용을 다르지만 의미있는 "족적"을 남기고 있다. 박 부회장은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사장에 이어 데이콤 부회장을,신 사장은 데이콤 사장에 이어 하나로통신 사장직을 맡고 있다. 박 부회장은 "사람",신 사장은 "의리"를 조직관리에서 강조하는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차이점도 유사성만큼이나 많다. 우선 경영스타일이다. 신 사장은 한마디로 "규모의 경제" 주창자다. "당장은 경영에 부담이 가더라도 통신산업의 특성상 가능하면 기업규모를 키우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드림라인 인수가 그랬고 결렬되긴 했지만 두루넷과 합병도 시도했다. 지금은 AIG와 뉴브리지 등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파워콤 인수를 추진중이다. 온세통신 인수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박 부회장은 거침없는 스타일과는 달리 기업경영에선 "수익중시"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한국중공업을 회생시킨 데 이어 침몰하는 데이콤도 다시 건져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런 경영철학이 몸에 배게 됐다. "구조조정 전도사","기업회생 전문가"란 닉네임과도 잘 어울린다. 그런 그가 파워콤 인수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유선통신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파워콤 인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