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보기술(IT)산업의 미래가 고부가가치산업인 소프트웨어 육성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최근 방한한 신경제 기수론의 대부격인 윌리엄 밀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광대역통신망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만 이의 핵심기반인 소프트웨어 확보가 향후 한국 IT산업의 관건"이며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휴대폰 PC 등 하드웨어분야에서는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으나 여기에 탑재되는 핵심 소프트웨어 부문은 뒤져 있다는 지적이다. 밀러 교수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 앞으로 국가경쟁력을 가르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 국가가 모든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며 "각 나라별 핵심 경쟁력이 글로벌 네트워크로 묶어진 범국가적 기업들이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밀러 교수는 또 IT가 여전히 경제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버블(거품)은 경제 발전에 불가피할 뿐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라며 "새로운 기술이나 비즈니스모델이 등장할 때 거품이 발생해야 성장 가속도가 생겨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과거 철도와 전화 전등 등이 출현했을 때도 지금과 유사한 거품 붕괴과정을 겪었지만 이를 발판으로 산업이 한 단계 성장하는 선순환을 보였다는 것이다. 밀러 교수는 그러나 "세계 IT경기는 내년 말에나 본격적인 회복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엔론사태 등의 여파로 벤처캐피털 등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어 IT산업은 상당기간 진통을 겪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분기 실리콘밸리 지역의 벤처캐피털 투자금액은 1999년 1분기 이후 최저수준인 57억달러로 줄어든 상태다. 밀러 교수는 앞으로는 모바일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바이오와 IT의 결합,나노기술의 실용화 등이 새로운 혁신을 몰고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