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대만을 번갈아 가면서 1년에 한차례씩 열리는 동아시아 석유화학회의는 서울대 화공과 출신 CEO(최고경영자)들의 동문회로 통한다. 낯선 얼굴과의 첫마디가 '몇기인가'다. 1950~60년대 화공과 졸업생뿐만 아니다. 70년대 이후 기계과에서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과로 이어지면서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해 냈다. 서울대 공대는 자타가 인정하는 이공계 분야 스타의 산실이다. 서울대 공대인들은 어떻게 성공했는가. 현역 CEO로 뛰고 있는 서울대 공대인을 통해 그 비결을 알아본다. -------------------------------------------------------------- [ 69학번 '김반석 LG석유화학 사장' ] < 약력 > -1969년 경기고 졸업 -76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68학번) -85년 LG화학 신규사업부장 -91년 LG화학 폴리에틸렌 공장장(상무) -2000년 LG화학 ABS/PS사업부장(부사장) -현재 LG석유화학 대표이사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중반 학번의 화학공학과 졸업생들은 산업이 최전성기를 맞았을때 사회 생활을 했다. 60년대 초반에는 섬유가 대표적 산업의 하나였고 70년대 들어서는 석유화학 등 중화학산업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화학공학과는 섬유와 중화학 두개 분야에 진출할수 있어 수요가 많았다. 화공과 출신의 주가는 치솟았다. 학생들은 "임원은 물론 공장장이나 사장도 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쳤다. 화학공학과는 전자공학과와 더불어 공대 가운데 합격선이 가장 높았다. 1학년 때는 공릉동 캠퍼스 안에서 상대.문리대 학생들과 교양과정을 공부했다. 그들에게 한 발이라도 앞서면 앞섰지 뒤진다는 생각은 없었다. 교재는 대부분 영어로 된 원서였다. '유닛 오퍼레이션' '열역학' 등을 탐독했는데 대부분 복사판이었다. 69학번 화공과 동기는 모두 60명이었다. 업계에서는 홍기준 한화에너지 사장, 김문철 BASF 사장 등이 활약하고 있다. 학계로는 윤기준 성균관대 교수, 주동표 아주대 교수, 임경희 중앙대 교수 등이 진출했다. 50명의 동기가 졸업을 했다. 이들중 10여명은 유학을 떠나고 대부분 취직을 했다. 동기들이 많이 간 회사는 동양나일론 한국나일론 등 섬유와 화학업체들이었다. 나는 LG화학에서만 20년 이상 근무하다가 지난해부터 LG석유화학 사장을 맡고 있다. "내가 주류(主流)"라는 자신을 갖고 직장생활을 해왔다. LG화학에서는 지금도 임원의 절반 가량이 공대 출신이고 70~80년대에는 공대 출신이 더 많았다. 구자경 회장은 "공장장을 거치지 않고는 사장을 할 수 없다"고 자주 말했다. 공대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이공계 기피현상을 이해하기 힘들다. 제조업에서 금융 서비스 등으로 산업의 중심이 바뀌는 것은 어쩔수 없다. 하지만 산업의 기초는 어떤 시대든 중요하다. "화학이나 전자 등 인프라 관련 학문은 생명력이 강하다. 앞날이 불투명해 보일지라도 새로운 흐름에 응용.접합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