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강대국에서는 이공계가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지도자들 가운데 이공계 출신이 특히 많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프랑스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 인도의 압둘 칼람 대통령,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등 손으로 꼽을 수 없다. 기술을 이해하고 있는 지도자가 많을수록 나라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21세기 세계 최강국을 넘보는 중국의 힘은 기술에서 나온다. 중국 정부의 최고지도부는 물론 정계 요직 대부분을 이공계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장쩌민 주석이 상하이 교통대에서 전기공학을, 리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러시아 모스크바동력학원에서 수력발전을, 주룽지 총리는 칭화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중국이 이처럼 엔지니어 왕국이 된 것은 19세기 과학기술혁명에서 유럽에 뒤떨어진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였다. 특히 지난 1980년대부터 펼친 이른바 '863 계획'으로 불리는 과학기술 장려정책은 중국의 오늘을 만든 결정적인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이 계획 덕분에 최근 나노기술과 유전자공학, 우주항공 등 첨단과학분야에서 중국은 선진국과 어깨를 겨룰 정도의 비약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옛소련 붕괴 이후 세계 유일강국이 된 미국의 경우 엔지니어에 대한 우대는 말할 나위가 없다. 미국도 지난 80년대초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문제가 됐다. 당시 정부는 국가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2061 프로젝트'를 추진, 과학기술자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는 당장 이공계 대학원 졸업자들에 대한 기업의 우대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공과대학원 졸업자들이 기업에서 받는 평균 시간당 급여는 31.37달러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경영관리자의 27.93달러보다 많다. 프랑스의 최고 이공계 대학이자 국가 엘리트 양성코스인 에콜 폴리테크닉(Ecole Polytechniq)은 명예와 출세의 상징이다. 이 곳을 졸업한 학생들은 과학자나 엔지니어로만 국한되지 않고 국가 고급 공무원이나 대기업 간부 자리로 대거 진출, 프랑스 각계각층의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평균 수준의 이공계대학을 나와도 인문계 대학 출신보다 취업률이 훨씬 높고 월급도 많이 받는다. 인문계 출신의 대졸초임이 1천5백유로(약 1백70만원) 안팎인 반면 이공계는 2천5백유로(약 2백80만원)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