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닷컴업계에 또 다시 감원태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한 슬림화는 물론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핵심 경영진까지 갈아치워 가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PC통신 업체에서 종합인터넷 서비스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KTH(옛 하이텔)는 8월 초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현재 27개 팀으로 구성돼 있는 사업부서를 12개로 통·폐합키로 했다. 이에 앞서 이 회사는 최근 6개월치 위로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받아 50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던 최충 상무와 인터넷사업을 총괄하던 김도성 이사 등 핵심 경영진 2명도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났다. 조직 슬림화 차원에서 최근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을 실시한 프리챌도 40여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또 관계사를 포함,모두 5명의 핵심 임원들이 퇴직했다. 프리챌 내에서는 예덕호 부사장 등 3명의 임원이 떠났고 계열사인 이태신 조이챌 부사장과 프리챌 창업 핵심 멤버였던 김용진 시티챌 사장도 실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퇴사했다. 이 회사는 인력 감축과 함께 사업부별로 운영되는 조직을 기능별로 축소 통합했다.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은 지난 4월 희망퇴직을 실시해 1백90명의 직원 중 30% 가량을 줄였다. 이 회사는 닷컴업계에서는 파격적으로 8개월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제시했다가 퇴직 희망자가 예상 외로 많아지자 오히려 직원을 붙잡아 두려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옥션을 국내 최대 e마켓플레이스로 성장시킨 이금룡 사장도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고문으로 물러났다. 인터넷 경매업체 와와도 지난 상반기 구조조정을 단행,10개 부서를 5개 팀으로 간소화하고 인력도 60명에서 45명으로 대폭 줄였다. 합병으로 인해 감원이 불가피한 닷컴도 속출하고 있다. 조만간 합병절차를 마무리짓는 인터넷서점 예스24와 와우북도 인력 조정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직원 수가 1백90명에 달해 상당폭의 감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인수한 라이코스코리아를 네이트에 합병시킬 계획이어서 이 과정에서 대규모 감원이 예상된다. 라이코스코리아와 네이트를 합칠 경우 직원 수가 3백40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피합병되는 라이코스코리아의 가종현 사장은 네이트의 유선인터넷사업본부장으로 직급을 낮춰 옮겨갈 것으로 알려졌으나 나머지 임원 3명의 거취는 불투명한 상태다. 9월 중순 데이콤 자회사인 DMI에 통합되는 인터넷포털 심마니도 합병 마무리 시점에 임직원들의 상당한 퇴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잘나가는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닷컴들이 현상 유지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감원바람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