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간 꿈처럼 펼쳐졌던 월드컵이 끝났다. 한국팀은 48년 만에 월드컵대회 본선 16강 진출이라는 염원을 이룬데 이어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4강에 오르는 기적을 일궈냈다. 한국팀의 선전 뒤에는 열두번째 선수라고 불리는 응원단이 있었고 4천8백만 국민은 하나된 모습으로 기꺼이 열두번째 선수로 변신했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축제는 막을 내렸지만 사이버 세계는 아직 월드컵 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차분히 월드컵을 되돌아보고 이번 대회에서 표출된 국민들의 열정을 다른 모습으로 발전시키자는 건설적인 의견을 내놓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아쉬움 속에서 포스트(Post) 월드컵을 즐기려 하고 있다. 가장 긍정적이면서 직접적인 효과는 역시 대표팀 거스 히딩크 감독 관련 글에서 목격됐다. 이슈투데이(www.issuetoday.com)에는 '히딩크 리더쉽을 배우자'는 주제로 6명의 대학교수가 칼럼을 올렸다. 연세대 정갑영 교수는 '경제에도 히딩크가 필요한 이유'라는 글에서 "히딩크 리더십의 진실은 온갖 비난과 타협에의 유혹, 그리고 실행과정에서의 고뇌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4강 신화 일상에서도 꽃피게'란 제목으로 글을 올린 강원대 신중섭 교수는 "한국 축구와 히딩크에서 무엇을 배울지는 각자의 몫"이라며 "이제 열기를 식히고 진지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길을 가자"고 설득했다. 인터넷신문 뉴스보이(www.newsboy.co.kr)는 연예인 권오중씨가 그의 홈페이지(www.oozzoong.co.kr)에 올린 글을 소개하고 있다. 권씨는 '쥔장일기'라는 코너에서 "축구에서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 못지 않게 수비수들도 찬사를 받아야 한다"며 "빛나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선수들 덕에 4강이 가능했다"는 글을 남겨 네티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프레시안(www.pressian.com)에서는 월드컵 기간 중에 일어난 사건 기사를 다루고 있었다. 지난 13일 의정부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신효순.심미선 학생 관련 르뽀 기사가 바로 그것. "효선이 미선이도 '대~한민국'을 외쳤을텐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네티즌들의 자발적 모임인 '미선과 효순의 억울한 죽음을 바로 알리기 위한 사람들'이 터키와의 3.4위전에 온 응원단들에게 검은 손수건과 리본을 나눠 줬다고 전했다. 좋은 추억은 오래 갖고 가고 싶은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네티즌들은 월드컵 기억을 오래 남기고 싶어한다. 아직 흥을 깨기 싫어서일까. 어디에도 월드컵 열기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계승하자는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고 있다. < kedd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