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공 하나로 공간을 초월해 세계인을 하나로 묶는 스포츠이다. 인터넷(네트워크) 또한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축구의 위력에 비견할 만하다. 정보혁명의 수혜가 본격화하는 21세기에 첫 월드컵을 우리 나라에서 개최하는 것은 그래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2002 월드컵을 알리는 개막식은 6만5천여 객석에서 60억 지구촌 가족을 아우르는 제전이었다. 우리 나라를 상징하는 요소들이 행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한국"과 "월드컵"의 키워드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었다. 거기에 또 하나 "IT 코리아"를 부각한 점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환영"의 마당에서 취타 연주와 축무 속에 FIFA 기(旗)와 참가국 국기가 입장하는 것으로 시작한 행사는 소통(communication), 어울림, 나눔을 주제로 전개되었다. 다양한 크기의 북과 IMT-2000을 본딴 인형이 등장하고 고싸움을 응용한 화합의 율동이 이어진 "소통"의 장은 전통과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역동적인 무대였고 "어울림" 마당의 연출-대종(大鍾)과, 대종 표면에 부착된 LCD와, LCD를 통해 보이는 비디오 아트의 만남-도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IT 산업의 한 축을 맡고 있는 필자로서는 퍼포먼스에 사용된 IMT-2000과 PDP, TFT-LCD 디스플레이 등에 특히 눈길이 많이 갔다. 이것들은 우리 나라가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시장 장악력을 가진 분야로,"IT 코리아"의 면모를 보여주는 요소들이었다. 이는 "IT 월드컵"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개최는 분명 스포츠 이상의 가치가 있는 사건이다. 특히 국내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지는 데 고무적인 역할을 하리라고 전망된다. 많은 벤처기업이 세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월드컵 개최를 통해 국가 인지도와 신인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큰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2번째 선수로 비유되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경기에 적잖은 영향을 주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에 대해 부러움을 사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월드컵은 우리 나라가 명실상부한 IT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 관점에서 개막식 행사는 우리의 강점인 IT 분야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부각함으로써 전세계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데 일조한 뜻 깊은 행사였다고 생각한다. 이제 막이 오른 월드컵 경기가 끝까지 공명정대하게 진행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