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엿본다는 것은 범죄 행위임에 틀림이 없다. 최근 미국 의회가 사적인 공간에 설치된 "몰래 카메라"를 불법적으로 규정한 것도 이같은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엿보기"는 죄를 짓겠다는 생각보다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그 방법도 다양하고 기발하며 첨단 기법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한 독일인이 최근 발표한 "엿보기" 기술은 상상을 초월하는 "초" 첨단 기술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기술은 컴퓨터 사용자 얼굴에서 반사되는 모니터 빛으로도 화면에 표시된 내용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 영국 캠브리지대학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독일인 마르쿠스 쿤(Markus Kuhn)씨가 개발했다. 그는 오는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열리는 전기전자공학회(IEEE) 심포지엄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쿤 씨는 이 학회에 제출한 논문(http://www.cl.cam.ac.uk/~mgk25/ieee02-optical.pdf)을 통해 이번에 개발한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이 기술은 음극선관(CRT) 모니터를 사용하는 컴퓨터에서만 쓸 수 있다. CRT 튜브는 차례차례 개별 픽셀에 빛을 쏘아 정보를 나타낸다. 따라서 각각의 빛이 컴퓨터 사용자 얼굴이나 사용자의 뒤쪽 벽면에서 반사돼 변화한 것을 측정하면 해당 정보를 재현할 수 있다. 물론 반사된 신호는 아주 약해 증폭한 뒤 컴퓨터로 처리해야 한다. 액정모니터의 경우 이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다. 액정모니터는 한 화면 구성에 필요한 빛을 한꺼번에 보내기 때문이다. 쿤 씨는 이 기술로 수십~수백m 떨어진 곳에 있는 컴퓨터 화면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기술은 어두운 곳이나 형광등이 켜져 있는 곳에서만 적용할 수 있다. 쿤 씨는 독일 엘랑겐대학에서 컴퓨터공학 학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퍼듀대학을 거쳐 캠브리지대학에서 컴퓨터 보안을 전공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