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삐삐 업체가 새로운 IT(정보기술) 비즈니스 모델로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015 삐삐'로 유명했던 부일이동통신, 현재의 아이즈비전이 그 주인공. 최근 휴대폰 전자지불 솔루션에 관련된 특허를 받으면서 IT업체로 재기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그 중심에 이통형 아이즈비전 사장(45)이 서 있다. 이 사장은 부일이동통신이 가입자 1백만명을 돌파하며 삐삐산업이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지난 97년 사장자리에 올랐다. 1992년 LG전자에서 부일이통으로 자리를 옮기며 5년안에 사장이 되겠다는 목표를 그대로 달성했다. 그러나 98년부터 PCS 이동전화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부일이통은 다른 삐삐사업자와 마찬가지로 몰락의 길을 브레이크도 없이 달려야 했다. 이 사장은 당시를 정말 '죽었다 살아난 때'로 회고했다. "97년 1천1백억원을 달성한 매출은 2000년 2백36억원으로 4분의 1로 줄었습니다. 차입금은 1천억원을 넘었고 PCS사들에 우리 인력을 다 빼앗겼죠. 하물며 사장인 나에게도 '한통프리텔로 와라, 한솔PCS로 와라'란 제의가 들어올 정도였습니다. 98년 중반부터 워크아웃에 들어갔습니다. 회사를 살리는 길은 돈이 적게 들어가는 새로운 사업아이템이었습니다. 삐삐사업 때 갖고 있던 가입자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아이템을 생각하다 보니 온라인 유통, 즉 홈쇼핑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아이즈비전은 이런 이유로 유통업에서 새로운 기반을 닦기 시작했다. 놀라운 일은 작년에 아이즈비전이 주도한 컨소시엄이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의 컨소시엄과 경쟁해 '제3 TV홈쇼핑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었다. 삐삐서비스를 제공하던 IT업체가 유통업체로 변신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이 사장은 그러나 IT에 대한 꿈을 접기 싫었다. 그는 "향후 e커머스(전자상거래) m커머스(무선전자상거래) t커머스(TV전자상거래) 등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유통과 IT의 접목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삐삐에 접목시키려고 개발했던 '충전식 휴대폰 전자지불 솔루션'을 99년 특허출원했는데 여기에 대한 미련도 컸다. 지금도 '대박'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의 굽히지 않는 소신이다. "현재 휴대폰 전자지불 솔루션은 휴대폰에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해 사용하는 식입니다. 우리 솔루션은 금액충전식이며 비교하자면 휴대폰이 직불카드가 되는 겁니다. 신용카드 정보를 휴대폰으로 송수신하기를 꺼리는 사람들과 청소년, 노인층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사장은 이 솔루션을 바탕으로 이동통신사업자, 단말기 제조업체, 금융기관들과 제휴할 계획이다. 아이즈비전은 그 과정에서 휴대폰 리더기를 보급하고 정보조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VAN(부가통신망) 사업자가 된다는 구상이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