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업체인 인터큐브엔 공장이 없다. 있는건 "두뇌"뿐이다. "연구개발"(R&D)이 비즈니스의 전부다. 생산과 판매는 모두 외부업체에 맡긴다. 개발도면을 넘겨줘 LG전자나 세원텔레콤 등에서 생산,이동통신 서비스업체를 통해 파는 식이다. 그런데도 지난해 4백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에 2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매출 7백억원에 순이익 60억원.이 회사가 개발한 세계 최소형 '카이코코' 휴대폰은 LG텔레콤에서 출시 6개월 만에 무려 65만대나 팔려 '최단기간 최다판매'를 기록했다. 또 30만원대 컬러휴대폰 'C나인'도 이미 30만대 이상 팔렸다. 인터큐브는 대기업들의 격전 속에서 중소기업이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스피드 경영=인터큐브는 휴대폰 한 모델의 기획에서 개발까지 6개월에 끝낸다. 보통 10개월 안팎인 국내업체와 18개월 정도 소요되는 외국업체에 비해 훨씬 속도가 빠르다. 신속한 의사결정 덕분이다. 팀장들에게 철저하게 권한이 위임돼 어지간한 의사결정은 팀장들이 한다. 팀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은 매일 아침 열리는 임원회의에서 즉시 결정한다. 회의를 위해 복잡하게 서류를 건네는 일은 거의 없다. 포상제도도 신속하다. 직원들은 직급별로 매달 5∼15포인트씩 기본 점수를 부여받는다. 여기에 칭찬받을 일을 했거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제안을 한 직원들에게는 상급자가 현장에서 2∼20포인트씩을 추가한다. 1포인트당 1만원씩 계산돼 현금으로 보상한다. ◆시장 니즈에 맞는 제품개발=인터큐브는 최대 고객인 이동통신사와 아예 처음부터 개발 작업을 함께 한다. 소비자 취향을 가장 잘 아는 이동통신사가 제품 기획단계부터 참여하기 때문에 신제품의 히트 가능성이 높다. 경쟁업체들이 시제품 개발을 끝낸 상태에서 이동통신업체와 협의하는 관행을 과감히 깬 것이다. '카이코코'와 'C나인' 개발 당시에도 LG텔레콤 관계자들이 매일 밤 11시쯤 찾아와 진행상황을 파악하는 등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 ◆R&D에 집중=현대전자 통신연구소에서 10여년을 근무한 강원희 사장을 비롯, 전직원 1백43명 중 83%인 1백19명이 R&D 인력이다. 대부분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 노키아 등 국내외 유수업체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다. 또 무려 매출의 26%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공장이 없어 R&D에 집중할 수 있다. 인터큐브는 최근 해외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중국업체인 셔우신,CEC와 제휴를 맺고 '카이코코'를 변형시킨 유럽형 GSM 단말기를 37만대 팔았으며 60만대를 추가 공급키로 계약을 맺었다. 또 연내 호주 이동통신단말기 유통업체인 로드하운드를 통해 20만대를 공급키로 했다. 멕시코 페루 등지의 시장도 개척할 계획이다. 국내 판매분은 생산업체에 판권도 넘기지만 해외 판권은 보통 인터큐브가 갖는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