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뉴욕 증시에서 HP 주식이 하루만에 4%나 떨어졌다. HP 주가 폭락을 촉발시킨 것은 HP 내부 e메일 한통.HP 서비스부문의 앤 리버모어 사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가 공개된 탓이다. 리버모어 사장의 메모는 "HP의 기술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매우 부진해 걱정"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메모는 다우존스 비즈니스 와이어에 포착돼 공개됐다. 미국 기업들 사이에 사내 e메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HP 사례에서처럼 내부 메일이 바깥으로 흘러나가 회사에 타격을 주는 사례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은 세계 정보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반독점 소송에서도 벌어졌다. 서로 내부 e메일을 이용해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재개된 이 재판에서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내부 메일을 경쟁업체들을 겨냥한 공격무기로 활용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입수해 공개한 e메일은 선의 한 임원의 것.선의 한 임원이 지난해 8월 3개 기업의 정보기술(IT)담당 임원을 만나 선의 웹 서비스 기술인 "선 원"(Sun Open Net Environment)의 채용에 관해 논의했다. 그는 회의 결과를 보고하는 메모에서 "3개사의 임원이 모두 선이 실행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고 기록했다. 특히 "고객들은 스콧 맥닐리(선의 CEO)의 컴퓨터에 대한 비전과 선의 역량이 서로 연계돼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썼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메모를 근거로 선의 비즈니스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력 남용 때문이 아니라 자체적인 약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내부 e메일 때문에 이 소송에서 곤욕을 치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내부 e메일은 델에게 리눅스 사용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점을 비치고 있다. 또 AOL의 배리 슐러 최고경영자(CEO)가 리얼네트웍스에 보낸 "(마이크로소프트가) 당신 회사를 끔찍하게 죽이기를 원한다"는 내용의 메일도 공개됐다. 회사 내부 메일이나 정보가 외부로 유출돼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게 생기고 있다. "사내 전용-외부 유출 금지"란 경고문이 안전판이 되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외부에 알려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은 아예 e메일로 주고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편리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 한편 보안관리라는 또다른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