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자 수주도 마다하지 않던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올들어 경쟁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나서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나친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작년까지만 해도 생각지 못했던 '적과의 동침'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현재 진행 중인 기업은행의 차세대 금융시스템 프로젝트 수주전을 꼽을 수 있다. 이 입찰에는 삼성SDS.동양정보시스템 컨소시엄과 LG CNS.FNS닷컴 컨소시엄, 한국IBM.현대정보기술 컨소시엄 등이 참여해 '단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우정사업본부가 실시한 우체국금융정보시스템 첨단화사업 관련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 프로젝트 입찰에는 SI 업계 '빅4'로 꼽히는 네 업체 가운데 세 업체가 하나의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입찰에서는 삼성SDS와 SK C&C를 파트너로 끌어들인 현대정보기술 컨소시엄이 제안평가 1위를 차지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경쟁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본 프로젝트를 따낸 사례도 생겨났다. LG CNS는 최근 포스데이타와 손잡고 4대 사회보험 정보연계시스템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 수주에 성공했다. 입찰엔 삼성SDS.대림정보통신 컨소시엄과 현대정보기술.한전KDN 컨소시엄도 참여했다. SI 업체들이 경쟁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각사가 개별적으로 입찰에 나서 과당경쟁을 벌일 경우 어렵사리 수주에 성공한다 해도 적자시공이나 부실시공을 초래, 회사에 부담을 주고 대외이미지만 나빠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대우정보시스템 이해근 상무는 "경쟁사들이 각자의 장점을 합쳐 입찰에 나서면 경쟁력이 강해지고 수주 가능성이 커진다"며 "지난해 과당경쟁으로 피를 흘린 적이 많아 경쟁사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사례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