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을 맞아 활력이 넘치는 포항공대 캠퍼스. 막 입학한 새내기들의 웃음소리 사이로 크레인 소리가 들려온다. 대학 본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포항공대가 세계적인 수준의 생명공학 연구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생명공학연구센터가 건설 중이다. 지난해 11월 착공한 생명공학연구센터는 이미 뼈대를 갖춰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포항공대는 내년까지 우선 2백억원을 들여 생명공학연구센터를 설립하고 1백20억원 상당의 최첨단 실험장비를 도입,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센터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생명공학연구센터장인 채치범 교수는 "내년 2월이면 국내 최대 규모의 생명공학연구센터가 들어서 포항공대가 국내 생명공학 연구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새학기를 맞은 포항공대 캠퍼스에선 학생들의 부산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건물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학생들이 보일 뿐이다. 포항공대 기획처 조현재 팀장은 "학부생들도 일찌감치 연구실에 들어가 연구활동에 참여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만나려면 연구실에 가야 한다"고 귀띔했다. 건물마다 빼곡히 들어찬 연구실마다 학생들이 젊음을 불태우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공대는 연구 중심 대학이다. 대학원생이 학부생보다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석·박사 과정 학생이 1천4백여명,학부생은 1천2백여명이다. 그만큼 연구가 활발하다는 것이다. 포항공대의 연구 실적은 웬만한 종합대학을 훨씬 앞선다. 지난 96년 이후 매년 발표되는 논문이 1천건이 넘는다. 논문의 질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SCI(국제과학논문색인)에 등록된 우수 논문만 매년 5백건에 달한다. 생명과학과 채치범 교수는 "우리 학과는 외국 전문 저널에 논문을 실어야 박사학위를 준다"고 말했다. 포항공대는 연구환경이 해외 유명대학 못지 않다. 1회 입학생인 환경공학과 최원용 교수는 "포항공대는 미국 유명 공대와 차이가 없다"며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로 갔는데 기자재,교수 강의수준에서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컴퓨터 공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정유진씨는 "국내에서 교수와 학생 전원이 캠퍼스에서 생활하는 곳은 포항공대뿐"이라며 "밤에도 연구실이 비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항공대가 가장 자랑하는 연구시설은 지난 94년 1천5백억원을 들여 만든 포항방사광가속기. 전자를 가속시킬 때 나오는 빛으로 나노미터(㎚)단위의 미세한 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장치다. 전자가 가속되는 원형 터널과 부속건물들을 합하면 잠실운동장만하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고 전세계를 통틀어 10개뿐이다. 활용분야는 나노기술과 생명과학은 물론 단백질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1년에 1천여명이 4백여개 과제를 연구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상업적인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방사광가속기에서 광통신소자를 연구해 생산에서 발생하는 불량률을 70%에서 10%로 끌어내렸다. 가속기연구소 백성기 소장은 "방사광가속기가 국내 과학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