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나노튜브는 차세대 프로세서에서 무공해 엔진까지 다양한 첨단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획기적인 물질입니다.지금까지 인간이 발견한 어떤 물질보다 유용한 꿈의 신소재라고 할 수있지요" 서울대 물리학부 임지순 교수(51)는 탄소나노튜브 분야에서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임 교수는 지난 98년 탄소나노튜브를 사용하면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인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해 나노기술을 연구하는 전세계 과학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그는 또 지난 2000년 미국 버클리대와 공동으로 탄소나노소자를 십자형으로 포개면 트랜지스터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 교수는 국내에선 보기 드물게 탄소나노튜브의 ''이론''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요즘 과학자들이 ''돈''이 되는 실험쪽에 몰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과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론이 제대로 확립돼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탄소나노튜브는 완전히 새로운 물질이기 때문에 아직 성질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는 앞으로 탄소나노튜브를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 정확한 이론적 토대를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최근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텔레비전이나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에서 사용하는 전자총을 탄소나노튜브로 바꾸면 두께는 얇으면서도 화질은 선명한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 지난 99년부터는 삼성과 함께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임 교수가 탄소나노튜브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6년. 미국 버클리대에서 안식년을 보내면서 탄소나노튜브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후 탄소나노튜브 연구에 몰두하면서 지금까지 40여편의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세계적인 과학전문 잡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모두 3편의 논문을 실었다. 임 교수는 "탄소나노튜브 관련 기술은 선진국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한국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버클리대에서 반도체 물리학분야 박사학위를 받았다. MIT대와 벨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몸을 담기도 했다. 지난 86년부터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 .............................................................................. [ 용어풀이 ] 탄소나노튜브는 탄소원자들이 가늘고 긴 대롱(튜브)모양으로 배열한 탄소구조물이다. 지름이 수십 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하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6개로 이뤄진 육각형들이 서로 연결돼 관 모양을 형성하고 있다. 구리와 전기전도도가 비슷하고 열전도율은 다이아몬드와 같다. 강도는 강철보다 1백배나 우수하다. 지난 91년 일본 NEC의 이지마 수미오 박사가 탄소의 구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