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를 둘러싼 공방이 확산되면서 인터넷 공간이 떠들썩하다. 논란이 시작된 것은 민주당 심재권 의원 등 여야 의원 32명이 공동발의로 "출판 및 인쇄 진흥법"개정안을 내면서부터였다. 이 법 개정안은 "발행된 지 1년 이내의 책에 대해서는 할인률을 10% 이내로 규제하고 이를 어길 경우 최고 3백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했던 온라인 서점들은 이에 조직적으로 반발했다. 반면 오프라인 서점들은 도서 유통질서 확립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며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네티즌들 사이에 찬반 양론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심재권 의원 홈페이지(www.kangdong21.or.kr)는 한때 폐쇄될만큼 홍역을 치렀다. "착한이"란 아이디로 글을 올린 네티즌은 "할인판매제도는 출판 문화의 질적 저하를 불러오게 된다"며 "도서정가제가 무너질 경우 영세한 출판사는 대중적인 책을 만들어 수지타산을 맞추는 데 급급하게 되고 서점은 이런 책만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소시민"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쥐꼬리만한 봉급은 받은 지 일주일 만에 다 사라지고,남은 기간엔 또 다음달 급여 날짜만 기다리며 사는 많은 소시민들은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책값 때문에 쉽게 사 볼 수가 없다"며 "책값에 과도한 규제를 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www.yes24.com) 게시판에서도 논란이 한창이다. 김혜진씨는 "책을 싸게 판다고 해서 처벌받아야 한다면 마찬가지로 전자제품이나 일반식품을 싸게파는 대형 할인점 역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도서정가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중소서점을 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주영씨는 "인터넷 서점의 할인정책이 오프라인의 유통구조를 파괴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도서정가제를 실시해야 조화로운 유통 및 시장 질서를 확립할 수 있다"며 "온.오프라인 서점의 강점을 나름대로 살려주는 방안을 마련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첨예한 찬반 논란 속에서 양비론도 나오고 있다. "DNA"란 이름으로 글을 게시한 네티즌은 "도서정가제건 도서할인제건 결국 두 세력(온.오프라인 서점)간의 밥그릇 싸움이며 도덕성 측면에서 양측 모두 비난받을 일을 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을 바라보면 어느 한 쪽 논리에 쉽게 동조하기 어려울 정도로 판단이 쉽지 않은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가장 흔히 범하는 잘못 가운데 하나는 감정적 대응이다. 양측 모두 출판산업을 살리고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각자의 현실적 "이익"이 앞세워지고 논리가 아닌 감정적 대응이 이어진다면 합의점을 찾는 일은 불가능하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차분하고 논리적인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ked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