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만능세포로 알려진 배아줄기세포를 뇌신경세포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소장 정형민 교수)는 국내 처음으로 쥐의 배아줄기세포를 살아 있는 쥐의 뇌에 이식, 손상된 뇌신경의 기능을 회복시킬수 있는 뇌신경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진은 국내에서 배아줄기세포가 여러가지 세포로 분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은 있었지만 동물실험을 통해 배아줄기세포가 뇌신경세포로 만들어지는 기능이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정 교수팀은 생쥐의 수정란을 3.5일 가량 키워 만든 배반포에서 세포덩어리를 분리, 체외에서 배양한 뒤 배아줄기세포주를 확립하고 이를 증식시켜 파킨슨씨병에 걸린 생쥐의 뇌에 이식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정 교수팀은 이 결과, 실험 3주 뒤 생쥐의 뇌에 이식한 배아줄기세포가 파킨슨씨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도파민성 신경세포와 이를 수송해주는 신경세포가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이번 쥐실험과 같은 연구과정을 사람에게 적용하는 실험에 들어가는 한편 호주 등에서 들여온 13종의 줄기세포주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줄기세포은행'을 설립, 국내외 연구진들에게 줄기세포를 분양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특히 줄기세포 자체를 이식하는 대신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이식하는 기술도 연구하기로 했다. 실험에 참여한 김계성 박사는 "현재 사람배아줄기세포를 가지고 도파민성 신경세포를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이라며 "이 같은 연구결과가 수년 내에 난치병으로 알려진 파킨슨씨병, 헌팅톤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와 함께 24일부터 25일까지 성체 및 배아줄기세포 분야와 치료 복제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12명을 초빙한 가운데 서울 신라호텔에서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이 같은 연구결과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연구소는 특히 이날 미국의 생명공학회사인 RMA사로부터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한 연구기금(1천60만달러)도 전달받을 예정이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동물의 배아줄기세포가 인위적 분화화정을 거쳐 몸 속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한다는 것을 입증한 것으로 임상학적 의미는 없지만 난치병 환자들의 근원적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scoop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