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가 IT(정보기술) 기업으로 변신했다. 세계적인 자동차업체 메르세데스벤츠가 IT시장에 부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컴덱스에서 벤츠는 전시장 앞 주차장에 시승장을 마련,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였을 뿐 아니라 전시장 안에도 널찍한 부스를 마련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콘텐츠관련 전시회인 사이볼드에도 참가했다. 벤츠가 IT 관련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자동차를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동차에 들어있는 위성위치추적장치(GPS)와 인터넷 접속장치 등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선보이기 위한 것이다. 벤츠 자동차에는 "텔리에이드"란 첨단 정보통신장비가 설치돼 있다. 이 장비는 GPS 신호를 수신해 위치를 자동으로 파악하고 이동전화망 등을 이용해 서비스센터와 즉시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시스템에는 지도가 들어있어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자세히 일러준다. 긴급상황이 생기면 구급차나 경찰차가 즉시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도와주며 자동차가 고장나면 위치는 물론 고장 내용을 정비요원에게 알려줘 신속하게 수리할 수 있게 해준다. 차량을 도난당했을 때는 위치를 찾아낼 수 있고 열쇠를 차안데 두고 내렸을 경우 원격조정을 통해 문을 열 수도 있다. 인터넷으로 필요한 정보를 받아보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벤츠에 텔리에이드 시스템을 공급하고 정보센터를 운영하는 ATX테크놀리스의 디나 그레이 수석팀장은 "내년부터는 음성으로 원하는 정보를 조회하고 그 내용을 음성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자동차용 IT 시스템이 새로운 비즈니스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자동차인 만큼 자동차 관련 분야가 IT의 "마지막 시장"으로 불릴 정도다. 최근 막내린 올 가을 컴덱스에서 기조연설을 하면서 존 챔버스 시스코시스템즈 사장은 "무선통신의 급속한 보급으로 일상 생활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미래 비전을 "와이어드 카"를 내세워 설명했을 정도이다. 와이어드 카란 무선통신망을 통해 인터넷에 연결된 자동차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런 자동차 안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얻고 회사 업무를 처리하고 전자상거래까지 할 수 있다. 챔버스 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무선통신망을 통해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자동차의 불을 켰다꺼고 창문을 여닫는 모습을 보여줘 청중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