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 대한 네티즌들의 불신은 대단하다. 최근 한 인터넷 방송 사이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3%(8명)에 불과한 반면 '불신하는 편이다'와 '매우 불신한다'가 각각 32%(85명)와 65%(1백73명)를 차지했다. 97%라는 '압도적 불신'을 받을 만큼 최근 정치상황에 대한 네티즌들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불신 속에서도 정치인들의 사이버 공간 진출은 활발하다. 홈페이지를 통해 정치 현안에 대한 소신을 밝히거나 심경을 솔직하게 털오놓는 정치인이 늘고 있는 것. 민주당 신기남 의원은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www.skn.or.kr)에 반성문을 실었다. 10.25 재.보선 패배와 여권에 대한 민심 이반의 원인을 지목한 뒤 개혁파의 적극적 역할을 다짐하는 내용이었다. 또 같은 당 노무현 최고위원은 홈페이지(www.knowhow.or.kr)에 최근 쇄신파와 동교동계간 갈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해 네티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노 최고위원은 당내 쇄신파와 다른 노선을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 글을 통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려 했던 것이다. 여야 의원 1백54명이 국회에 사형폐지법안을 제출한 뒤에는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인터넷에서 뜨겁게 번지는 등 정치권 이슈가 인터넷을 달군 사례도 적지 않다. 민주당 박상천 최고위원과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은 각각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내는 '고언의 편지'를 인터넷 사상계(www.sasangge.com)에 싣기도 했다. 이같은 사례들은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널려 알려졌고 실제 정치권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정치인에 대한 평가를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포스닥(www.posdaq.co.kr)의 영향력이 커지는 등 정치인 입장에서 인터넷은 무시할 수 없는 정치 변수의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정치의 무대가 인터넷이란 영토까지 확대됐지만 아직까지 합리적인 토론과 민주적 의견수렴의 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내리기엔 이른 것 같다. 정치인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서 쉽게 욕설을 찾아볼 수 있고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글이나 개인적 성향에 따른 극단적인 논리전개도 자주 눈에 띈다. 한 정치인 홈페이지에서는 영어 욕설을 둘러싸고 네티즌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홈페이지 관리자가 다양한 견해를 합리적인 토론으로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치인 스스로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한다면 인터넷에서도 정치의 희망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kedd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