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사건의 여파로 유사시 통신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뉴욕 시민들이 너도나도 휴대전화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뉴욕 번화가인 42번가의 한 통신장비 판매업체는 21일 "어제 휴대전화 10대를 팔았는데 오늘은 20대 가깝게 판매됐다"면서 "휴대전화 뿐 아니라 단거리 무전기인 워키토키도 많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110층 높이의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테러로 완전 붕괴됐을 때 친.인척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무실 전화를 집어든 뉴욕 시민들은 전화 불통에 따른 초조감에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사건 발생 당시 한 시민은 기자에게 "내 전처가 세계무역센터 52층에 일하고 있었는데 북쪽 건물 1채가 붕괴됐을 때 전화를 걸려 했지만 불통이었다"면서 "1시간이나 초조해 있다가 비로소 휴대전화를 통해 전처가 건물 밖으로 간신히 빠져나온 것을 확인하고 안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피랍된 여객기 4대 가운데 맨 마지막으로 펜실베이니아에 추락한 여객기에탑승했던 승객들은 휴대전화를 통해 3개의 여객기가 WTC와 국방부청사 외곽에 충돌했다는 말을 전해듣고 납치범들을 저지하려고 시도했었다. 펜실베이니아에 추락한 아메리칸항공의 여객기의 한 탑승객 어머니는 라디오 방송에서 "아들이 추락 직전 전화를 걸어 `엄마 우리 납치됐어요, 사랑해요'라는 말을남기고 통화가 끊겼다"고 말하면서 흐느꼈다. 더욱 끔찍한 것은 WTC잔해 속에서 잘려 나간 손이 발견됐으나 놀랍게도 휴대전화를 움켜쥐고 있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휴대전화도 대형 참사 직후 몇 시간 동안은 통화량이 폭주해 과부하가걸리기 때문에 통화 성공률이 절대 높은 것은 아니다. 테러 사건 여파로 필라델피아와 뉴욕, 워싱턴 등을 중심으로 휴대전화 `반짝'특수가 일고 있으나 이동통신 업체들은 오는 10월중순 3.4분기 매출실적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면서 그다지 낙관적인 매출 전망을 하지 않고 있다. 이동통신업체인 베리존의 무선 단위업체의 브라이언 우드는 "우리 회사의 휴대전화 통화가 지난 17일 뉴욕증권시장 개장 이후 2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리존은 이번 사건으로 WTC 내부 등 일대 지상 통신망 교환센터가 크게파손됐으며, 650개 무료 전화 부스를 설치해 휴대전화 특수로 이러한 비용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뉴욕 AFP=연합뉴스)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