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몇점으로 보이세요?" 휴대폰단말기 ODM 업체인 텔슨전자의 설립자 김동연(44) 부회장은 대뜸 이렇게 물었다. 그는 이어 "50점은 넘어보이죠?"라고 운을 뗀뒤 "2010년까지 적어도 1백5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증거"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텔슨의 목표를 3백억달러로 잡았다는 설명과 함께. 통신업계에서 김동연 부회장의 배짱은 유명하다. 지난 98년 외환위기때 2천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하면서 "우리 회사가 못 미더우면 내 지분을 대신 다 가지라"고 말했을 정도다. 김 부회장은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 실제로 영국인 투자자에게 조건없이 시가 5백억원이 넘는 지분을 넘겨줬다. 이 영국인은 텔슨의 주가가 1년만에 세배로 뛰자 투자금을 회수해 가면서 이 지분을 돌려줬다. "한번 한 말은 지킨다"는 그의 성격은 맥슨전자를 나와 광대역삐삐 제조회사 텔슨을 만들게된 배경이기도 하다. 김 부회장이 당시 무선전화기로 호황을 누리던 맥슨을 그만 둔 것은 91년 아버지가 폐암선고를 받아 간호할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장기 휴가를 받기가 어려워 아예 사표를 냈다. "병원에선 4주를 예상했지만 1년을 사셨어요. 한동안 놀고나니 갈 곳이 없었죠. 회사를 나오기 전에 한두군데서 오라고 했었지만 안 가겠다고 장담한 이상 다시 찾아 갈 수는 없잖아요" 퇴사를 말리던 맥슨의 고위 임원이 "스카우트 제의받은 데로 가려 하느냐"고 따져묻자 "그런건 아니다"고 큰 소리를 쳤다는 것이다. 마침 맥슨을 먼저 퇴사한 엔지니어 몇명이 찾아와 창업을 해보자고 제의했다. "무슨 사업을 하느냐고 처음엔 거절했어요. 큰 돈 벌어보겠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전 기술자도 아니잖아요. 근데 할 일이 마땅히 없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어쩔수 없어 얼떨결에"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멤버는 엔지니어 7명과 경리담당 여직원 1명이 고작이었다. 자본금은 퇴직금과 집 두채를 담보로 대출받은 10억원으로 마련했다. 맥슨 출신들이 모였으니 업종도 당연히 통신으로 잡혔다. 팬택과 세원텔레콤이 삐삐를 만들었기 때문에 똑같은 걸 하면 안되겠다 싶어 다른 상품을 개발했다. 그게 바로 90년대 초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광역삐삐 텔슨이다. 텔슨전자는 이제 직원 7백50명에 20층짜리 텔슨벤처타워(서울 양재동)를 갖고 있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휴대폰으로 세계 1위를 한 노르웨이 노키아의 제품을 텔슨이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해준다. "2010년엔 글로벌 기업이 될 겁니다. ODM이냐, 자체 브랜드냐에 상관없이 텔슨제품이 전세계 어디에서나 쓰이게 될 거예요. 그러기 위해 당분간 R&D에 주력할 겁니다" 그는 창업 10년째를 맞아 "이젠 일등기업에 대한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