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완근(51) 엔트랙 사장은 요즘 회사로 찾아오는 벤처기업인들을 만나느라 회사업무를 돌볼 틈이 없다. 벤처기업인들이 그를 찾는 까닭은 오는 12월에 북한 평양에서 문을 열게될 남북 IT(정보기술) 산업단지인 고려기술개발제작소에 입주할수 있는 방법을 묻기 위해서다. 엔트랙이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산하 광명성총공사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이 산업단지에는 전기전자 컴퓨터 소프트웨어 자동차부품 등 8개업체가 1차로 입주하게 된다. 임 사장은 "각 분야별로 국내 대표업체만 선별해 입주시킬 예정"이라며 "업체들의 문의가 쇄도해 선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열린 1차 입주설명회에는 2백여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엔트랙은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벤처기업들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입주기업들은 평당 95만원의 임대료만 내면 북한이 보장한 10년동안 이 산업단지에서 사업을 벌일 수 있다. 이처럼 임대료를 낮게 책정한 것은 대북사업으로 돈을 벌기보다는 IT업체의 남북협력을 통해 민족화해 통일분위기를 조성하는게 중요하다는 임 사장의 신념 때문이다. 임 사장이 본격적으로 대북사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해초다. 그는 엘칸토가 평양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것을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뒤 엘칸토측에 대북사업을 제의했다. 엘칸토측에서 제의를 받아들여 그는 지난해 3월 엘칸토의 자회사인 엔트랙 사장에 취임했다. 이어 작년 9월에는 국내 처음으로 평양에 소프트웨어교육센터를 개설했다. "교육생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게 북측과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일할 수 있는 산업단지를 만드는데 양측이 쉽게 동의했지요" 임 사장은 "남북IT 산업단지는 아이디어가 나온지 2개월만에 사업추진이 결정됐다"며 "그만큼 북측에서도 이 사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임 사장은 그동안 수많은 남북협력사업이 좌절된데는 남측에도 책임이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북측에 대해 부정적이고 왜곡된 생각을 갖고 사업에 임했다는 것. "북측을 수혜대상자나 경계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사업파트너로서 신뢰를 갖고 대해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엔트랙은 전자상거래와 인터넷동영상 기술, P2P(개인간파일공유) 기술 등을 보유한 인터넷 솔루션업체다. 엘칸토의 인터넷 쇼핑몰 운영을 대행하고 있기도 하다. "남과 북의 기업들이 서로 평양과 서울에 수천 수만개의 공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어떻게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전쟁이 벌어지겠습니까.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통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