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상영된 가장 인상적인 SF 영화를 들라면 단연 ''터미네이터2''를 꼽을 수 있다.

영화속 액체 로봇 ''T1000''이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장면은 오랫동안 논란거리가 됐다.

과연 그런 로봇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요즘 이 문제에 대해 과학자들 사이에 다시 논쟁이 일고 있다.

영화속 장면을 실현해줄 과학기술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3차원 복사기''가 개발돼 화제가 됐다.

복사기 위에 3차원 물체를 올려놓으면 모양을 그대로 본떠 플라스틱으로 주조한 다음 같은 형태의 3차원 물체를 만들어낸다.

장난감을 집어넣으면 똑같은 모양의 장난감이 그대로 복사돼 나오는 것이다.

이 복사기가 등장한 지 석 달도 지나지 않아 이 원리를 이용한 로봇이 등장했다.

실리콘밸리 제록스연구센터에서 일하는 마크 임 박사는 ''터미네이터 2''의 액체 로봇처럼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사람처럼 걸어다니다가 ''거미''로 변신하고 싶으면 팔 다리 몸통을 기계에 넣고 플라스틱 액체가 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거미 모양에 필요한 부품을 3차원 복사기로 찍어내고 이것을 스스로 조립해 거미 형태로 변신한다.

이 기술은 앞으로 로봇으로 화성을 탐사할 때 지형에 따라 로봇이 스스로 모양을 바꿔가며 작업을 수행하게 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변신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단순한 변형만 가능하지만 언젠가는 좀더 정교한 변신 로봇이 나올 것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나노테크놀로지는 변신 로봇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나노테크놀로지는 분자 크기 수준에서 연산이나 제어를 할 수 있는 기술이다.

따라서 분자 크기의 컴퓨터가 장착된 소형 로봇을 만들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예측한다.

물론 사람인지 로봇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한 변신 로봇을 만들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적으로 요원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술발전 속도가 생각의 속도를 앞질러가는 요즘에는 ''섣부른 예측은 절대 금물''이다.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jsjeong@complex.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