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업체들이 골칫덩이로 전락한 모뎀용 통신장비를 해외에서 땡처리에 나서고 있다.

천리안 하이텔 넷츠고 나우누리 등 PC통신업체들이 유휴설비로 전락한 모뎀 접속용 통신장비를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국 등지에 매각하기 위해 판로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현황=넷츠고는 최근 5천5백포트의 모뎀용 통신장비를 인도네시아의 한 인터넷업체에 넘겼다.

그러나 아직 대금 정산을 끝내지 못했다.

현물 출자 형식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지만 협상이 순조롭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이텔도 필리핀 통신업체에 모뎀용 통신장비 처분을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다.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임대형식으로라도 유휴설비를 처리할 계획이다.

천리안 나우누리 등도 중국 등지에 남아도는 통신장비를 매각하기 위해 판로를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휴설비를 처분하려다 보니 협상 주도권을 잡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이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헐값에 처분할 수밖에 없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때 포트(전화사용자를 모뎀에 접속시켜주는 단위)당 30만원대의 투자비용을 들였지만 지금은 5만원선에서도 처분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투자원가의 80%이상을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게 된 셈이다.

◇원인=인터넷전화접속이용자들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무리하게 망을 늘린 탓이다.

그러나 초고속통신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모뎀이용자가 급격히 줄어들어 유휴장비만 늘어나는 처지가 됐다.

지난 99년말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수십억원씩을 투자해 하이텔이 1만포트,천리안 유니텔 넷츠고가 각각 9천포트,나우누리가 5천4백포트를 늘렸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모뎀 이용자가 급감하면서 업체들은 수억원씩의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전용망을 한국통신에 반납했다.

업계에서는 한국통신이 회선 사용료를 대폭 낮춰주지 않는 한 PC통신업체들이 위약금을 감수하면서도 전용회선 해지를 계속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남아도는 통신장비를 헐값에 팔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