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이나 위장질환 등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의 유전체 염기서열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완전 해독됐다.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인간유전체 기능연구사업단''은 22일 한국인의 몸에서 추출한 위암 원인균의 유전체 구조를 해독했다고 밝혔다.

이 균의 유전체는 1백59만1천2백97개의 염기쌍 및 1천4백54개의 유전자로 구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과 미국에서 해독된 균주의 유전자와 78%는 매우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나머지 22%는 상이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미국인의 몸에서 추출된 유전체의 염기서열과 비슷한 경우는 59%였고 나머지 41%의 염기서열은 차이가 났다.

이처럼 서양인의 몸에서 추출된 균과 확연히 다른 유전체 구조가 밝혀짐에 따라 향후 우리나라 국민에 맞는 위장질환 및 위암의 예방.치료 연구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단의 이광호 박사는 "외국에서는 위장질환이나 위암의 발생 빈도가 현저히 낮기 때문에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다"며 "한국인에게 맞는 치료.예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각 유전자의 기능을 본격적으로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인, 영국인 위장질환자로부터 추출된 2개의 균주만 해독됐었기 때문에 인간유전체 기능연구사업단은 세번째로 이 균의 유전체를 해독한 셈이다.

국내에서 자생력있는 생명체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완전히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약 90%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보유하고 있으며 암 가운데 위암 사망률이 가장 높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국제 학술지에 실을 예정이며 향후 위장질환의 조기진단과 치료를 위해 유전자 정밀분석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