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가식이 없는게 좋아요. 말이나 행동에 제약받지 않고 하고 싶은대로 맘껏 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다는게 인터넷방송의 가장 큰 매력이죠. 어떤 땐 욕설까지 내뱉을 수 있거든요. 얼마나 후련한지 몰라요. 기존 방송매체에선 엄두도 못 낼 일이죠"

사이버 자키(CJ) 오소리(본명 오은아.23)씨는 거리낌이 없다.

형식과 절제를 덕목으로 내세우는 세상의 굴레를 훌훌 벗어던지고 내키는대로 자아를 발산하는 당돌한 신세대다.

그래서 인터넷방송에 푹 빠져 지낸다.

자유분방한 성격답게 무정형과 즉흥성의 대명사인 "재즈"를 좋아했고 작년초부터 PC통신 천리안에서 재즈 전문 음악프로그램을 맡아 왔다.

지금은 개인사정으로 잠시 쉬고 있지만 50여명에 이르는 골수팬들의 아우성 때문에 조만간 CJ로 컴백할 예정이다.

지금 사이버 세상은 사이버 자키 전성시대다.

사이버 자키가 운영하는 개인 인터넷방송 개설 건수는 하루 1만건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인 채팅사이트 세이클럽(www.sayclub.com)에만 하루 4천여개의 음악방송 채팅방이 개설되고 있다.

프리챌 버디버디 소리바다 하늘사랑 라이코스코리아 등의 채팅사이트를 비롯 나우누리 유니텔 천리안 등 PC통신에도 음악방송방이 셀 수 없이 많다.

개인음악방송 전문사이트인 끼리(www.kiri.co.kr)에 등록된 CJ만 해도 12만2천여명에 달한다.

네티즌들이 CJ로 나서는 것은 독특한 개성과 끼로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

나우누리에서 10개월째 라이브로 음악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김지혜(ID 킬루아.22)씨의 말은 간명하다.

"재밌잖아요"

스타급 CJ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청아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네티즌들을 사로잡고 있는 CJ 오모나(본명 권진희.26)씨가 대표적인 스타 CJ.

죽자사자 따라다니는 팬만해도 1천여명에 이른다.

팬 연령층도 1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하다.

"대부분의 팬들은 노래도 좋지만 저의 멘트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오씨의 프로그램 진행은 수준급이다.

홈페이지(omona99.cjb.net)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다 체계적인 레퍼토리까지 갖춰 라디오방송의 음악프로그램을 뺨칠 정도다.

직업이 프로그래머인 한 팬이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어 관리해 주고 있고 KGB2000이라는 네티즌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프닝 멘트를 올려주고 있다.

개인음악방송 전문사이트인 와코캐스트(www.wakocast.com)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류(본명 정지연.20)씨는 거침없고 파격적인 멘트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케이스.

통통 튀는 목소리로 스스럼없이 불러제끼는 노래가락은 네티즌들의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이달부터 매주 한차례 SBS 라디오방송에 고정출연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끼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CJ 샴푸(본명 고우리.22)씨도 시원스런 외모와 애교넘치는 목소리로 네티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CJ로 나선지 불과 한달밖에 안됐지만 50여명의 고정팬을 확보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0대 초반의 전유물이었던 CJ가 최근들어 초등학생에서부터 30~40대 주부로 확산되는 추세다.

세이클럽에서 채팅으로 만난 조희정(30)씨와 최윤정(33)씨는 우연한 기회에 인터넷 방송을 듣고 매료돼 지난 1월 직접 CJ로 나섰다.

오전 9시부터 1시간30분씩 릴레이 방송을 하고 있다.

주변 생활 얘기로 잔잔하게 진행하는 편인데 고정팬은 주로 회사원들이다.

조씨는 "방송을 시작한 뒤로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따뜻해지고 밝아졌다"면서 "앞으로도 힘 닿는 데까지 방송을 계속할 작정"이라고 말한다.

세이클럽을 운영하는 네오위즈 고선미 팀장은 "나름대로의 고집과 전문성을 갖춘 CJ들에게선 장인정신이 느껴진다"면서 "네티즌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켜 준다는 장점 덕분에 개인 음악방송이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