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시트콤 MBC "세친구"가 한창 인기 절정을 달리던 지난해 12월.

"세친구"의 작가 김성덕씨는 인터넷방송국 JOYITV를 개국했다.

이 인터넷방송국은 초기에는 이미 방영된 "세친구"를 무료로 틀어주기만 했다.

반응은 의외로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중대 결단을 내렸다.

TV로 보여주지 못하는 소재를 인터넷 전용 성인시트콤으로 만들어 돈을 받고 공급해 보기로 한 것.

워낙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터라 그는 수익성을 반신반의하며 ''파라다이스''라는 이름의 성인 시트콤 촬영에 들어갔다.

드디어 1월31일 매회 1천원씩 받기로 하고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김씨 자신도 놀랄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접속자가 몰려들면서 첫회 "돌다리도 두드려라"는 1주일만에 제작비 1천만원을 돌파, 3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후 제작된 6편까지 합치면 매출액은 1억5천만원.

제작비를 뽑고도 약 9천만원의 순이익을 남기는 장사를 했다.

작가 김씨의 경우처럼 인터넷 전용 콘텐츠가 인터넷 업계의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프라인의 기존 콘텐츠를 재가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인터넷 전용 콘텐츠를 만들어 서비스하는 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오프라인과 차별화되는 콘텐츠로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좀처럼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네티즌들의 지갑을 열어젖히고 있다.

반면 어설픈 수준의 콘텐츠는 외면당하고 있다.

충분한 가치가 있는 상품이라야 소비자가 대가를 치른다는 이치가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입증되고 있다.

그 결과 오프라인 콘텐츠를 어설프게 가공하거나 인색하게 투자해 만든 콘텐츠는 조명을 받지도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

1999년부터 동영상 포털 서비스를 해오고 있는 드림엑스의 성공적인 유료화 전환도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3백여개 CP(콘텐츠 제공업자)로부터 음악 영화 만화 게임 교육 콘텐츠를 받아 자체망으로 서비스하는 이 사이트는 지난해 4월부터 국내 포털 가운데 처음으로 유료화를 시도했다.

지난달에는 드림엑스의 유료 콘텐츠 매출이 8억원에 달했다.

특히 12개 CP로부터 제공받는 교육 콘텐츠의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기존 입시학원의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과 다양한 가격정책, 인터넷이 갖는 편리성이 맞물려 이용자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드림엑스 매출액중 교육 콘텐츠의 비중은 60%에 달했다.

김철균 드림엑스 사업본부장은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들려면 네티즌들한테 돈을 받고 판매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네티즌들도 내용이 부실한 무료 콘텐츠보다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고품질 유료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에 힘입어 최근에는 인터넷 콘텐츠 제작에도 스타시스템과 대규모 투자가 몰리고 인터넷 스타도 탄생하고 있다.

SBSi는 이은주 김정현 조승우 등 신세대 스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터넷영화 "아미지몽"을 5억원이나 들여 제작했다.

5억원은 인터넷용으로는 유례가 없는 큰 액수다.

SBSi는 제작비를 영화속에 등장하는 PPL광고 대금으로 조달하는 색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이 영화는 지난 26일부터 매일 10분씩 방영되고 있다.

또 디지털 전용 인터넷극장 씨네포엠(cine4m)은 상업영화에서 흥행성을 검증받은 신세대 감독들을 활용한 영화시리즈로 국내 인터넷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백만명이 조회한 유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를 비롯 김지운의 "커밍아웃"(1백34만), 장진의 "극단적 하루"(92만) 등은 인터넷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커밍아웃"과 "다찌마와 리"의 주인공역을 맡은 임성원은 네티즌 사이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이성원 씨네포엠 마케팅팀장은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해 작품을 기획한데다 신세대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덕분에 네티즌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씨네포엠은 올 상반기중 인터넷영화를 만들어 유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