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의 외진 지역에 한 상점이 있었다.

이 구멍가게는 다른 마을의 상점처럼 수십년간 이 동네 전체의 물류관리를 도맡아 왔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물건을 적정한 가격에 사는지 비교할 생각조차 못했고 그저 한 동네의 아는 사람이란 이유로 믿고 거래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 동네에도 대형 체인점이 들어섰다.

사람들은 비로소 그동안 그 작은 상점이 얼마나 비싼 가격에 물건을 팔았는지 깨달았고 자연스럽게 대형 체인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대형상점은 공짜로 배달해줄 뿐만 아니라 영수증만 있으면 환불까지 해줬기 때문에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은 이 때부터 어느 매장에서 어떤 제품을 더 싸게 파는지 비교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또 물건을 대량 구매할 때 더 큰 할인혜택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가계경영에 대한 합리적인 마인드도 갖게 됐다.

최근 국내 의료시장에 "대형할인점"에 비견할 만한 e마켓플레이스의 구축열풍이 불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병원과 약국간의 의료정보 인프라 구축이 확산되면서 이같은 변화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고 있다.

의료시장의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바람은 대형할인점이 여러가지 이점을 갖고 있듯이 소비자와 공급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안겨주게 된다.

우선 병원으로 대표되는 구매업체는 제품별로 비교선택할 수 있다.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과 물류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필요할 때 즉시 구매하며 불필요한 구입을 줄이게 돼 합리적 구매행위가 가능해진다.

공급업체도 인터넷을 통해 구매자를 검색하고 안정된 공급물량을 확보하는 한편 홍보와 수요패턴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효율적인 재고관리가 이뤄진다.

결국 B2B 시장의 활성화는 양자 모두에게 "합리적 경영"이란 과실을 가져다주는 셈이다.

다만 의료계가 경영 합리화와 유통 효율화를 달성하기 위해 잇따라 구축에 나서고 있는 e마켓플레이스의 활성화에는 몇가지 선결조건이 있다.

첫째 전자상거래를 위해 정확한 정보가 공급돼야 한다.

공급자가 납품할 상품에 대해 견적서는 물론이고 배달시기 주문방법 등에 관한 믿을만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구매자도 예상 구매물량을 즉시 알려줘야 제대로 된 시장이 구현된다.

다음으로 안정적인 거래물량과 구매.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

구매자인 병.의원과 공급자인 제조업체가 가능한 많이 참여해야 안정적인 e마켓플레이스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기업내 소모성 자재를 취급하는 MRO 마켓플레이스가 당초 기대만큼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업전환을 꾀하는 것은 참여업체 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준다.

이를 위해서는 병.의원측이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오프라인 영역에서 나름대로 독점적인 지위와 영역을 확보해온 상당수 병.의원들은 온라인과의 결합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온라인화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동참하는 것이야말로 변화된 시대에 안정적으로 시장을 확보하고 경영을 합리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정보공유가 기본 전제인 인터넷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비교할 수 있게 한다.

바꿔 말하면 이제 정보혁명에 더욱 빠르게 적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더 멀리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이제 막 활성화되기 시작한 의료 B2B시장이 병.의원들에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런 것들이다.

oldadem@careca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