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스터의 자리는 내것"

인터넷에서 무료로 음악을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냅스터(www.napster.com)가 최근 미국 법원으로부터 사실상의 폐쇄명령을 받으면서 합법적인 인터넷 음악 시장을 먼저 차지하려는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고 있다.

전문가들은 "냅스터 파문"이 디지털 음악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냅스터가 서비스 시작 1년여만에 1천만명에 가까운 이용자를 확보한 사실이 이를 잘 보여주는 현상으로 손꼽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냅스터 사이트 운영은 중단시킬 수 있겠지만 인터넷 음악 무료 교환을 근절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오히려 누텔라 (Gnutella)와 프리네트 (Freenet)와 같은 무료 음악교환사이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판결은 결국 음반회사들이 인터넷을 통한 음악 유통을 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하도록 재촉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산타모니카에 있는 주문형 인터넷 라디오서비스 회사인 론치의 데이브 골드버그 최고경영자(CEO)는 "EMI 및 워너 뮤직과 라이선스 협약을 맺고 있으나 이번 판결로 다른 음반사로부터 라이선스를 얻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음악의 유통이 음악관련 산업의 기본적인 유통채널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음악 유통에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냅스터를 제소한 대형 음반회사들.

"인터넷 음악 유통이 대세라면 남들이 하기 전에 먼저 시작하자"는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음반회사인 BMG의 모기업인 독일 바텔스만은 이 사업 참여에 가장 적극적이다.

바텔스만은 냅스터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고 자금을 지원하며 다른 음반업체들의 소송취하를 유도한다는 조건으로 냅스터와 제휴, 이회사의 대주주가 됐다.

바텔스만은 이미 냅스터 유료화계획을 공표했다.

인기 만점인 냅스터의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면서 음악 저작권 소유자와 음반업체들에게 로열티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른 음반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적극 추진, 빠르면 오는 6월께부터 유료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다.

유니버설뮤직은 소니와 손잡고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자사의 팜클럽사이트(www.farmciub.com)에서 시험시스템에 대한 평가를 시작했으며 늦어도 연말부터는 상용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AOL의 경우 최근 인수한 워너뮤직그룹이 소유한 음악을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올해 중에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AOL은 음악의 종류를 다양화하기 위해 다른 음반회사들과의 라이선스 협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전문 업체들도 잇따라 유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텍사스주 달라스에 있는 스트림웨이브스(www.streamwaves.com)은 유료 회원들에게 스트리밍방식으로 인터넷 음악 서비스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인터넷에 접속해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로 음악을 다운로드받아 저장하지는 못한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지난해말 EMI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으며 빠르면 2월중에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오레곤주 힐스보로에 있는 카운터스팬 커뮤니케이션즈(www.counterspan.com)는 공인된 음악을 교환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3월말부터 시험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19세의 대학 중퇴자가 개발한 냅스터는 일단 날개를 접을 수 밖에 없은 운명이지만 음악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됐다.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