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이 아닌 공개채용 사장이 느슨했던 공기업 경영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상철 한국통신 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

이 사장은 지난 1월2일 취임 이후 분기별로 열던 임원전략회의를 매주 토요일 오후로 정례화했다.

회의도 외부와 단절한 채 난상토론을 벌이는 이른바 ''캔 미팅''(Can Meeting)방식으로 바꿨다.

예전 같으면 주제발표를 맡은 임원이 부하직원이 대신 써준 자료를 그냥 낭독하듯 발표하면 쉽게 넘어갔으나 이 사장 취임후 업무환경이 1백80도 돌변한 것이다.

덕분에 곤욕을 치르는 것은 한통 본사 임원 20여명과 회의 주제와 관련된 부서의 팀장들이다.

골프를 치거나 가족과 함께 보낼 즐거운 토요일이 이제는 공포(?)의 시간이 됐다.

주제발표가 끝나면 이 사장의 질문이 시작되면서 난상토론이 이어진다.

이때쯤이면 ''침묵은 더 이상의 금(金)''이 아니다.

언제 질문이 자신에게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전지식없이 발언에 나섰다가는 망신당하기 일쑤다.

지난 27일 오후 2시 회의의 주제는 ''수익성 창출을 위한 통신망 진화방안''.

이 주제는 ''통신망 진화방안''이라는 기술적 분야와 ''수익성 창출''이라는 경영분야를 동시에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회의준비로 1주일 내내 진땀을 흘렸다는 게 참석자들의 얘기다.

이 사장의 토요 전략회의가 새바람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나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평일이나 새벽시간 대신 주말에 임원을 소집해 정신교육(?) 형식의 회의를 장시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아무튼 관료적 분위기에 젖은 한통 임원들이 이 사장의 경영 스타일에 적응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종태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