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 서비스 시기를 1,2년 정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각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여당 정책위 의장인 남궁석 의원이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발언, 연기론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에따라 업계에서는 "IMT-2000 사업이 또다시 방향을 잃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초 정통부는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의 경쟁력을 위해 선진국과 시기가 비슷한 오는 2002년 5월 서비스를 목표로 지난해말 비동기식 2개 사업자를 선정했다.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은 이미 "2002년 5월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사업계획서에 명시해 비동기식 사업권을 획득한 상태다.

그러나 정통부는 최근 일부에서 국내 통신장비시장의 경쟁력을 이유로 IMT-2000 서비스 연기론이 불거져 나오자 ''서비스 시기는 사업자 자율에 맡긴다''며 서비스 연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2002년 5월 서비스를 목표로 사업자를 선정해 놓고 이제 와서 정부가 서비스 연기론을 방조하는 것은 또다시 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한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서비스 연기론 배경 =IMT-2000 서비스 연기론은 이상철 한국통신 사장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이상철 사장은 지난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의 이동전화 서비스에 수조원을 투자해 놓고 서둘러 IMT-2000으로 넘어간다면 국부 유출을 가져올 것"이라며 상용서비스 시기를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뒤이어 삼성전자 등 통신장비업체들까지 가세해 "비동기식 장비개발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2002년 5월 서비스에 들어가면 국내 통신장비 시장을 외국 업체에 내줘야 한다"며 서비스 연기론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남궁석 의원도 "5개 이동통신 사업자가 이미 15조원을 투자했다"면서 시스템 조기개체에 따른 문제를 지적하고 "상용 서비스시기를 늦추면 관련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고 동기 비동기 논란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SK텔레콤의 입장 =서비스 연기론에 대해 SK텔레콤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선진 통신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오히려 서비스 시기를 앞당겨야 하는데 국산 통신장비 시장의 경쟁력을 이유로 지금부터 섣부르게 서비스 연기를 주장하고 나설 이유가 없다"는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SK텔레콤 조민래 상무는 "서비스 시기를 예정대로 가져가 국내 장비업체들이 빨리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재촉하는게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의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상용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며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업체들도 대부분 늦어도 내년초부터는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 LG의 입장 =IMT-2000 서비스 연기 주장에 대해 LG측도 적잖은 반발을 보이고 있다.

특히 비동기 장비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LG전자의 경우 ''서비스 연기는 당치도 않다''는 입장이다.

"서비스 연기론이 대세로 굳어질 경우 이는 비동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국내 특정업체의 이해를 지나치게 대변하는 것"이라는게 LG측의 주장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