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말 그리스 아테네 컨벤션센터. 삼성중공업은 유럽지역의 주요 선주 1백여명을 초청해 디지탈선박(Digital Vessel) 설명회를 열었다.

해외영업본부와 디지탈사업본부가 공동으로 나선 이 설명회에서는 통합항해시스템 블랙박스 자동제어시스템등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선박 자동화시스템이 자세하게 소개됐다.

"세계적인 기술과 비교해 조금도 뒤지지않는 수준"(성석경 이사)을 갖췄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올들어 이 분야에서 8백억원의 신규 매출실적을 올린데 이어 내년에는 2천억원의 수주를 목표로 하고있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중 해외에 15개 판매.서비스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93년부터 디지탈분야의 연구개발에 뛰어든 이후 선박자동화 시스템에 이어 최근에는 육상자동제어시스템까지 그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를 통해 디지털 환경에서 제조업의 변신방향을 제시했다는 자부심을 갖고있다.

이 가운데 최첨단 전자해도시스템을 활용해 대형선박의 위치제어,자동항해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항해중 발생가능한 모든 위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첨단 항법장치인 인터넷 통합항해시스템(NARU-2000)은 품질의 우수성과 20% 이상의 가격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해 노르웨이의 모스볼드(Mosvold)와 그리스 트랜스오일(Transoil) 등으로부터 총 10기를 수주하여 선박에 장착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10월 발생한 유럽의 여객선 화재사고 이후 유럽 각국은 항해시스템의 조기 장착을 권고하고 있어 내년부터는 큰폭의 신장이 예상된다.

선박용 감시제어시스템(SSAS-21)은 아시아 최초로 그리스 미노안(Minoan)사로부터 4척분을 수주받아 초대형 여객선에 적용되었으며 국내의 신아조선과 대선조선에도 각각 납품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세계적 시스템업체인 네덜란드의 래디오 홀랜드사와 판매제휴를 통해 유럽18개국에 판매망을 개설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활동을 벌이고 있다.

차세대 전략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선박용 블랙박스(VDR)도 카나다의 시스판(Seaspan)사를 비롯해 현재까지 약 20여척의 선박에 장착했으며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제휴를 맺고 그리스 독일 싱가폴 및 중동 등에 대리점 개설을 진행중이다.

항공기 블랙박스시장의 70%를 점유하고있는 L3컴뮤니케이션과도 기술제휴를 맺었다.

한국통신과 기술개발 및 마케팅을 공동추진하고있는 빌딩자동제어시스템(i-BAS)는 철도청 차량기지(가야역 부산역)를 인터넷으로 "집단 관리"(Group Management)하는 프로젝트 수주를 계기로 다른 차량기지들을 대상으로 추가수주를 추진중이다.

동시에 한국통신 전화국건물의 표준시스템으로 채택돼 내년부터 대규모 수주가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삼성SDI의 PDP생산공장 전지공장 자동화설비와 한국지역난방공사 및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배전시스템을 잇따라 수주,디지털제어시스템 사업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