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7월 어느날 서울대 캠퍼스 잔디밭.

학기말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얘기를 나눈다.

노트북컴퓨터를 꺼내놓고 인터넷에 접속,채팅을 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정보를 검색하는 모습도 보인다.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판을 훑어보는 학생도 있다.

이는 7개월 뒤에 일어날 법한 일을 꾸며낸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거짓은 아니다.

실제로 내년 상반기중 서울대 캠퍼스 곳곳에서 노트북을 꺼내놓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학생을 목격할 수 있게 된다.

학교측이 무선LAN을 깔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연세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올해 부분적으로 무선LAN을 도입,학생들의 반응을 점검했다.

내년 중반이후 대학에서 무선LAN 바람이 강하게 번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학 뿐이 아니다.

기업에서도 무선LAN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올해 기업정보화대상 정보통신부장관상을 받은 삼성캐피탈의 경우 팀장급 이상이 모이는 회의에는 의례 노트북이 등장한다.

팀장들은 자신의 노트북을 들고 회의실로 모여든다.

무선LAN이 깔린 덕분에 사내 어느곳에서나 무선으로 LAN에 접속,데이터를 검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캐피탈 영업점에서도 무선LAN은 위력을 발휘한다.

고객을 만나는 장소에 노트북을 들고 가 고객정보를 비롯한 각종 데이터를 검색하면서 상담을 한다.

이 덕분에 고객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영업점은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무선LAN이란 말 그대로 선으로 연결하지 않는 LAN(근거리통신망)을 말한다.

특정지역의 게이트웨이에 들어오는 구간과 게이트웨이에서 분배기에 이르는 구간에만 케이블을 깔고 분배기에서 컴퓨터를 잇는 구간은 무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무선LAN이다.

기업에서 무선LAN을 깔아두면 회의장에서 노트북을 펴놓고 데이터를 보면서 발언할 수 있다.

조직이 바뀔 때마다 건물 바닥을 뜯어내고 케이블을 다시 깔아야 하는 불편도 사라진다.

무선LAN은 밀폐된 공간보다 잔디밭과 같이 트인 공간에서 접속되는 거리가 길다.

일반적으로 실외에서는 3백m쯤 떨어진 곳에서도 무선으로 접속할 수 있다.

반면 실내에서는 이 거리가 50m 안팎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이 정도의 거리면 노트북을 실내 이쪽에서 저쪽으로,또는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들고 다니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무선LAN이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수년전부터 극히 일부 기업이나 대학에서 무선LAN을 도입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국산장비가 거의 없었고 전송속도가 겨우 2Mbps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새 삼성전기를 비롯,10여개 업체가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장비 가격이 뚝 떨어졌고 전송속도는 11Mbps로 높아졌다.

특정구역내에 무선LAN을 깔려면 곳곳에 분배기를 설치해야 하고 사용자 컴퓨터에 무선LAN카드를 장착해야 한다.

분배기 값은 회사에 따라,성능에 따라 다르나 국산은 대당 30만~40만원,외제는 대당 50만~70만원쯤 줘야 살 수 있다.

분배기 1대당 최적 접속인원은 대체로 15~25명이다.

무선LAN카드는 11Mbps급 노트북용이라면 국산은 25만원 안팎,외제는 40만원 안팎이다.

2Mbps급은 이보다 훨씬 싸다.

업계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전송속도가 기존 제품의 2배가 넘는 무선LAN카드가 나오고 가격이 더욱 낮아져 무선LAN이 붐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