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우리는 정보통신 분야를 포함한 모든 비즈니스의 분야에서 아웃소싱(outsoursing)이라는 단어를 부쩍 많이 사용하게 됐다.

미국 회사와 일을 하다보면 자기가 할 일과 남에게 맡겨야 할 일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그들의 업무 방식에 놀라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 법률 회계 e메일마케팅 물류 등 주변 업무 뿐 아니라 주요 비즈니스와 관련된 업무중에서도 회사에서 직접 운영할 성격이 아닌 모든 일들에 대해 광범위한 아웃소싱을 택하고 있다.

이는 책임 한계를 명확히 하려는 그들의 사고 방식과 관련이 있지만 그 보다는 일의 소유권보다 전문성.합리성을 우선시하는 사회 분위기, 탄탄한 아웃소싱 인프라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아웃소싱이라는 단어가 화두로 등장했다고는 하지만 실제 사정을 들여다 보면 아직까지는 그 합리적인 실행이 구호로만 그치는 일이 많다.

정보통신 분야만 하더라도 1백대 그룹사를 볼 때 본연의 비즈니스와 관련되지 않는 분야마저도 관련 회사를 통하여 직접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남에게 주느니 내가 한다는 논리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회사가 성장할 풍토가 만들어지지 않아 업무의 질(quality)을 담보할 만한 아웃소싱 업체가 마땅히 육성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에따라 아웃소싱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아웃소싱은 기업의 핵심 역량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분야를 전문 외부 업체에 맡김으로써 기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core-competence)에 전사적인 자원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한마디로 기업의 TCO(Total Cost of Ownership)를 낮춰 자체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좋은 방법인 것이다.

최근에 일고 있는 여러 기업들의 구조 조정 현상도 경영 합리화 및 핵심 경쟁력의 강화라는 측면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웃소싱이 개개 기업의 경영 합리화나 경쟁력 강화와도 관련되지만 전체 국가경제 차원의 산업경쟁력 강화와도 연결이 되는 문제라는 점이다.

특히 빠른 속도로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는 정보통신 분야에 있어 내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모든 부분을 다 움켜쥐고 가겠다는 생각은 시대오류적인 발상일 뿐이다.

당장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아닐지 몰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전문성과 효율성에서의 차이는 명백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프라의 측면에서 국내 아웃소싱 네트워크의 활성화 전제는 아웃소싱이 주는 장점에 대한 솔직한 의견합의(cosensus)와 이에 따른 과감한 실행, 그리고 아웃소싱 전문 기업들의 치밀한 전문성(professionalism) 확보 노력에 달려 있다.

아웃소싱이 주는 아름다움은 신뢰와 전문성이 교차된 지점에 있기 때문에 의뢰기업은 아웃소싱 기업에 전폭적인 믿음을, 아웃소싱 기업은 그 대가로 의뢰 기업에 최고의 전문 서비스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점은 말할 나위도 없다.

21세기는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대다.

말로만 아웃소싱의 중요성을 떠들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가장 잘 할 수 있는지, 확신없는 부문으로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그리고 진정한 효율과 합리성은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짚어보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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