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가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슈퍼컴퓨터는 보다 정확한 일기예보로 인명이나 재산 피해를 크게 줄이는 것은 물론 20세기의 흑사병으로 알려진 에이즈(AIDS)치료제 개발을 앞당기고 있다.

단백질의 비밀을 밝히는 연구에도 슈퍼컴퓨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주의 기원,인체의 신비를 밝혀내는 것도 슈퍼컴퓨터의 몫이다.

최근들어 슈퍼컴퓨터의 성능이 크게 향상되면서 지금까지 베일에 쌓여있던 자연의 비밀이 하나씩 벗겨지고 있다.

◆슈퍼컴퓨터의 정의=일반적으로 슈퍼컴퓨터는 ''과학기술 연구에 사용되는 고성능 컴퓨터'' 또는 ''보통의 컴퓨터보다 수백배 혹은 수만배 빠른 컴퓨터''라고 정의된다.

바꿔말하면 슈퍼컴퓨터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슈퍼컴퓨터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당시의 모든 기술을 동원해 만들 수 있는 가장 빠른 컴퓨터를 슈퍼컴퓨터라고 부르는 것이다.

실제로 10여년전 대표적인 슈퍼컴퓨터로 꼽히던 ''크레이Y-MP''의 속도는 1.2기가플롭스(GFLOPS)로 이것은 지금의 데스크톱PC와 비슷한 수준이다.

플롭스는 1초에 몇 번의 계산을 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단위.

1기가플롭스는 1초에 10억번의 계산을 한다는 뜻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 꼽히는 미국 샌디어내셔널연구소의 ''ASCI Red''의 속도는 2.4테라플롭스(TFLOPS·초당 2조4천억번 계산)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산업자원부 산하 연구개발정보센터(코르딕·KORDIC)가 슈퍼컴퓨터를 새로 도입키로 해 슈퍼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슈퍼컴퓨터의 활용분야=슈퍼컴퓨터의 활용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장기적인 일기예보는 물론 강한 핵력을 규명하는 입자물리학,물체의 전자적 특성을 계산하는 고체물리학,우주의 구조와 진화를 밝히는 천문학 등 다양한 자연과학 연구에 사용된다.

항공기 및 선박 개발,자동차 충돌실험,유전 탐사자료 분석,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시뮬레이션,반도체 소자 개발 등 공학분야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최근엔 대형 금융회사와 운수회사들까지 슈퍼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슈퍼컴퓨터 현황=국내 슈퍼컴퓨터 현황은 외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전세계 5백대 슈퍼컴퓨터의 순위를 매기는 웹사이트(www.top500.org)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가 2백77대로 가장 많고 일본은 57대,유럽은 52대로 나타났다.

한국은 겨우 5대를 갖고 있다.

국내에 있는 슈퍼컴퓨터의 성능도 크게 낮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는 기상청이 보유한 것으로 속도는 1백28기가플롭스이다.

이것은 전세계 슈퍼컴퓨터 가운데 73위에 불과하다.

한가지 낙관적인 소식은 최근 코르딕은 오는 12월 5백기가플롭스 수준의 새로운 슈퍼컴퓨터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코르딕이 새로운 슈퍼컴퓨터를 들여오면 한국은 전세계 20위권안에 들어가게 된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