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으로서 곤경에 처한 정부를 도울 것인가,아니면 외자유치와 민영화를 위해 가고 싶은 길을 갈 것인가.

차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 사업신청시기가 임박하면서 공기업 한국통신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IMT-2000 기술표준 문제로 궁지에 몰린 정부를 돕자면 동기식을 선택해야 하지만 비동기식을 택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어 애를 태우고 있다.

한국통신 SK텔레콤 LG그룹 등 IMT-2000을 준비중인 세 사업자는 지금도 비동기식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 사업자가 맞붙어 한 사업자가 비동기식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탈락한 사업자가 정부의 정책변경과 심사기준을 문제삼을 경우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공기업인 한국통신이 동기식을 채택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정부가 5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또 올해 한솔엠닷컴을 인수하도록 정부가 길을 터준데 대해 빚을 갚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돈다.

그러나 한국통신의 입장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완전 민영화를 2년 앞두고 있는 기업으로서 회사의 장래가 걸린 문제를 ''공기업 역할''만 놓고 판단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국통신이 혼자 동기식을 택해 주가가 곤두박질치면 외자유치나 민영화는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에 동기식을 권유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SK텔레콤이 동기식을 떠맡는다면 한국이 동기식을 택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30%대의 한국통신그룹이 혼자 동기식을 맡는다면 한국이 동기식을 택했다는 말을 듣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한국통신 민영화에도 차질이 생긴다.

주가가 떨어진 상황에서 계획대로 정부지분 15% 매각을 강행하려면 국가적으로 수조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한국통신은 지난달 열린 IMT-2000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성영소 부사장)에서 격론 끝에 비동기식을 택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했다.

한국통신 경영진은 내부방침을 정해놓고도 지금까지 고심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24일 국정감사를 받은 뒤 수일내에 IMT-2000사업추진위원회나 이사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물론 사업계획서를 확정하기 위한 자리지만 기술표준이 재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